평양의 이방인
제임스 처치 지음, 박인용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인민보안성 소속 오 검사원은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고급 외제차를 촬영하라는

비밀 지령을 받지만 촬영에는 실패하게 되고

평양 중심가의 특급호텔 '고려호텔'에서 정체불명의 외국인 시체가 발견되는데

과연 시체의 주인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병이 악화되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핵 봉인시설을 제거하면서 또다시 돌출행동을 시작하고 했다.

정권 유지를 위해 핵을 가지고 늘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북한 정권의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민족이라는 우리가 보기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썽꾸러기가 바로 북한이란 나란데 

아시아쪽 정보원으로 활동한 서양인이 북한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고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평양의 일급 호텔에서 외국인이 시체로 발견된다는 사건 자체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뉴스가 될 것인데 엄격한 통제사회인 북한에서

외국인이 호텔에서 시체로 발견된다는 것은 쉽게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오 검사원은 그의 직속 상관인 박 책임검사원, 강 부부장, 보위사령부 소속 김 소좌까지

얽혀 있는 외국인 시체 사건에 점점 빠져 들어가면서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한다.

 

사실 북한에서 이런 형태의 사건이 벌어져 전개되는 것 자체가 뜻밖이면서도

곪을대로 곪아 터지기 직전인 북한 내부의 실정을 외부로 드러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북한의 간부라는 사람들은 돈 벌이에 혈안이 되어 해외차 밀수 등에 나서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는 얘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부패한 북한이라는 나라가 무너지는 것도 멀지 않았구나 싶었다.

일반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이며 목숨을 건 탈북을 시도하는데 고위층에선 각종 부패로 얼룩져 있으니

아직까지 붕괴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이 책은 외국인 시체 사건 발생에 따른 오 검사원 등의 활동과 함께

사건 종결 후 오 검사원이 아일랜드인 리치로부터 조사받는 과정이 번갈아 전개되어

조금은 혼란스러웠고 사실 사건이 확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북한이라는 나라의 폐쇄성과 은밀함처럼 이 책의 내용이

그렇게 선명하게 부각되어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정보원 출신의 서양인 저자가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떻게 이 정도로 묘사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사건 자체의 재미보다는 우리가 잘 모르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내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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