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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미궁
티타니아 하디 지음, 이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열쇠와 문서의 비밀을 풀어가던 윌은 비밀을 풀기 직전의 의문의 사고로 죽게 되고
낯선 자들이 열쇠와 문서를 노리자 윌의 형 알렉스도 그의 집안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 나서는데...
17세기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존 디 박사란 인물에 얽힌 사연을 바탕으로 만든 팩션인 이 책은
장미전쟁, 셰익스피어 등 당시의 역사, 문화, 종교 등을 잘 녹여내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냈다.
윌과 알렉스 집안에 숨겨진 비밀과 보물, 그리고 이를 훔쳐가려는 무시무시한 세력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과 암호해독의 재미는 '다빈치 코드'에 못지 않았다.
다만 막판에 가서 정말 허무할 정도로 악당들이 당하면서 흐지부지 끝나는 점은 좀 아쉬웠다.
그 대신 이 책은 알렉스와 윌의 심장을 이식받은 루시와의 로맨스가 '다빈치 코드'에 비해선 월등했다. ㅋ
존 디 박사라는 우리에겐 낯선 인물과 관련된 얘기라서 아무래도
'다빈치코드' 등의 팩션이 주는 재미는 좀 부족했다.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나 사건에 얽힌 새로운 비밀이 전개되어야 재미가 배가 될 수 있는데
전제가 되는 사실들이 잘 모르는 인물과 관련된 것이라 이를 파악해야 하고 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서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이 책에도 종말론을 신봉하며 휴거를 기다리는 극단적인 기독교 광신도 집단이 등장하는데
맹목적인 종교 집단의 만행은 인류 역사를 피로 점철시켰음에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론 인간을 위해 종교가 있는 것이지 종교를 위해 인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말이 전도된 생각을 가진 자들은 빨리 그들이 있는 신 곁으로 가는 게
인간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종교의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하고 문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젠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
팩션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있다.
영국이 전성시대를 연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셰익스피어 등이
조연으로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탄생시킨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데,
그것도 이 책이 데뷔작이라니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다.
다음 번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좀 더 짜임새 있는 작품을 가지고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