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 967일,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세상 사람들
김향미 외 지음 / 예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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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국 967일 동안 전세금까지 털어 나선 부부의 세계 여행 이야기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은 유명 관광지를 정신없이 누비며 몰려 다니는 여행인데

이 책의 부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여행을 하였다.

이 책엔 이들 부부가 세계를 누비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예쁜 사진과 함께 담겨졌다.

사진 속에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설렘의 길, 만남의 길, 길 안의 길, 그리움의 길까지 네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여행 일정대로 구성되었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부부가 여행한 47개국 중 예상밖의 나라는 이란이었다.

이란의 이미지는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중동의 악동이었는데

예상 외로 그곳의 사람들은 너무 착하고 순박했다.

반면에 열차에서 먼저 앉는 놈이 임자인 중국,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도

등장했던 사기꾼 같은 인도의 릭샤왈라와 그 밖에 베트남, 아프리카, 남미의 곳곳에서

여행자를 봉으로 여기고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들로 득실거렸다.

특히 페르 푸노에서 버스파업으로 발이 묶인 사연은

내가 파리에서 파업으로 인해 겪었던 떼제베의 악몽을 떠올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분명 비싼 표를 예매했음에도 사람으로 넘쳐

나는 열차간에 간신히 서서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진국이라는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하며 분개했던 기억이 떠올라

부부의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불교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 책의 부부는 여러 곳에서 좋은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노르웨이 바이킹 얀과 아이라 부부, 멕시코에서 만난 기예르모,

브라질의 페르난도의 실비아 부부, 독일의 알렉스와 낸시 부부 등

세계 곳곳에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 부부가 부러웠다.



부부의 아기자기한 세계 여행을 따라 가면서 그들과 함께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와는 국적도 피부색도 말도 다르지만 사람 사는 게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좋은 사람도 많고 나쁜 사람도 많고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서나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현실의 모든 것을 버리고 무작정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이들 부부가 몹씨 부러웠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직장에 메인 몸이 되어서 쉽게 나설 수 없는데

전세금까지 털어 세계 여행에 나선 부부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정현종 시인은 '섬'이란 시에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 부부가 책 제목을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고 한 것도 아마 비슷한 취지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길을 다녀왔고 다시 가고 싶은 게 바로 모든 사람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여행은 준비하면서, 길 위에서, 그리고 돌아와서 추억을 정리하면서,
모두 세 번 한다고 말한다.

돌아오면서 바로 그리움에 빠져 들게 만드는 게 바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일 것 같다.

나도 무작정 짐을 싸서 사람 사이로 흐르는 길을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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