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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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이리오모테 섬으로 튄 지로네 가족

못 말리는 아버지 이치로의 고향인 그곳은 이치로의 할아버지가

전설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는 그야말로 이치로의 홈그라운드였다.

아는 분의 도움으로 폐가를 얻어 집 문제를 해결하고,

이웃사람들에게서 음식이나 살림 도구들을 얻어 가까스로 생활을 시작한 지로네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문명과는 담을 쌓은 원시생활을 시작한다.

 

전형적인 섬 마을에서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하는 지로와 모모코

요즘 같이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 각종 기계들에 둘러 쌓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기계들이 없는 삶을 생각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간의 뛰어난 환경적응력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지로와 모모코는 첨엔 전기도, TV도 없는 황당한 상황에 불만이 많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변화된 환경에 금방 적응한다.

전교생이 달랑 5명뿐인 학교의 전교생들과 금방 친하게 되고

자연을 벗 삼아 새로운 놀이를 즐기며 섬 생활에 만족하기 시작한다.

 

이 곳에서 지로는 아버지 이치로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1부에선 말썽꾸러기 조연이었던 이치로는 2부에선 사실상 주연 역할을 한다.

국가니 법률이니 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는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과거의 투사기질이 발현되어 환경파괴와 돈 벌이에만 혈안이 된 리조트 건설사업에 온 몸으로 저항한다.

화려한 전력의 보유자인 이치로와 리조트 건설회사 간의 한판 대결은 금방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매스컴에 대서특필되는데...

 

이리오모테 섬은 이치로가 지향하는 아무런 규제나 간섭 없이 평화롭게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었다.

선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낙원이라고나 할까...

이런 곳이라면 이치로의 주장대로 굳이 국가권력이나 각종 법률과 제도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없이 사람들이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리조트 건설과 같이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를 해결하고 통제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가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치로가 지향하는 무정부의 낙원은 현실에선 찾기 힘든 유토피아일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낙원을 현실에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좌충우돌 돈키호테같은 아버지 이치로와

그의 가족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주면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미 성인인 내게도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 어린 지로가 감당하기엔 벅찬 문제라 할 수 있지만

어떤 게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소신에 따른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이치로의 모습은 한편으론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외골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거의 천연기념물이 되다시피 한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삶의 모습을 보여줘 좋은 모범이 된다고도 할 수 있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의 유토피아적인 삶을 지향하는 이치로와 아버지에게서 서서히 물 들어가는 지로.

이들 부자의 모습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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