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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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를 단순한 물질과는 분명히 구분 짓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큰 특성이 있으니 바로 스스로를 증식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자기 복제 능력을 갖고 있다.-34쪽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무엇이다.

바이러스를 생명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무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짧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바이러스를 생물이라 정의하지 않는다. 즉 "생명이란 자기 복제를 하는 시스템이다."라는 정의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35쪽

생명이란 요소가 모여 생긴 구성물이 아니라 요소의 흐름이 유발하는 효과인 것이다.-135쪽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146쪽

췌장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하나는 대량의 소화효소를 생산하여 소화관에 보내는 작업(외분비), 또 하나는 혈당치를 감시하고 조절하는 호르몬(인슐린이나 글루카곤)을 혈액으로 보내는 작업(내분비)이다. 이 두 기능 모두 세포 내부에서 만들어진 소화요소나 호르몬이 세포 밖(소화관이나 혈관)으로 내보내지는 현상이다.-164쪽

단백질 분자의 부분적인 결여나 국소적인 변형이 분자가 전체적으로 결여된 것보다 더 우위적 부작용을 남긴다. 부분적으로 변형된 퍼즐 조각은 조각이 완전히 존재하지 않을 때보다 생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231쪽

기계에는 시간이 없다. 원리적으로는 어느 부분부터든 만들 수 있고, 완성된 다음에라도 부품을 제거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기계에는 재시도가 불가능한 일회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계 내부에는 이미 접혀 다시는 펼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물에는 시간이 있다. 그 내부에는 항상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접히고, 한 번 접히면 다시는 펼칠 수 없는 존재가 생물이다. -235쪽

생명이라는 이름의 동적인 평형은 그 스스로 매 순간순간 위태로울 정도로 균형을 맞추면서 시간 축을 일방통행하고 있다. 이것이 동적인 평형의 위업이다. 이는 절대로 역주행이 불가능하며, 동시에 어느 순간이든 이미 완성된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하는 인위적인 개입은 동적 평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만약 표면상으로는 동적 평형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이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동적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조작을 흡수했기 때문이다.-246쪽

자연의 흐름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 그리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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