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야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데뷔작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일상의 미스터리가 주는

소소한 재미를 만끽하게 해 주었던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

청소부, 작가, 전화 상담, 흥신소 직원까지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전형적인 프리터인 조금은 까칠한 성격의 하무라 아키라와

딸의 자전거를 빼앗아 타는 조금 철 없어 보이는 중년 아저씨지만

형사다운 예리한 면도 가지고 있는 고바야시 슌타로

이 두 명의 인물이 각각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7편의 단편과

마지막에 극적으로 조우하는 단편까지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전작과 동일하게 일상의 미스터리라는 기본 컨셉은 그대로 유지하나 사건은 전혀 일상적이지가 않다.

8편 모두 살인사건이니 일상적이라 하기엔 조금은 심각한데

이를 다루는 태도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오히려 조금은 섬뜩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내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그냥 일상의 일부인 것처럼 일어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카펫 위에 핏자국만 남기고 호텔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소설가 얘기나

원한이 있던 친구를 죽여 완전범죄를 꿈꾸다가 알게 되는 뜻밖의 사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소재를 얻은 듯한 얘기 등 8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나름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8편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범인들이 모두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살인 동기도 어찌 보면 너무 싱거울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간의 사악한 단면이 어떻게 발동하느냐에 따라

살인이라는 끔찍한 비극도 자연스런 일상(?)이 되고 만다.

 

다른 추리소설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 주는 와카타케 나나미

우리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일으키는 일상적인(?)

범죄를 통해 색다른 미스터리의 묘미를 맛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정말 일상적인 일들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면

이 책은 조금은 심각한 사건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악의에서

비롯됨을 보여줘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네 이웃의 악의를 조심하라는 말이 정말 실감나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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