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엔 올림픽 성화 봉송시 폭력 사태로 난동을 부린 중국인에 대한 처벌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점차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그런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절실한 요즘

중국인이 말하는 중국인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다.


이 책은 중국의 도올이라 할 수 있는 이중텐 교수가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중국인의 정체를 담고 있다.

음식, 의복, 체면 등 총 9가지 관점에서 중국인을 해부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이나 의복을 통해 본 중국인의 모습은 우리와도 대동소이했다.

먹는 것을 천하의 제일 중요한 일로 여긴 점이나

한솥밥을 먹음으로써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점은

우리의 식문화와 거의 비슷하다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인을 대표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체면은 중국인의 전부라도 할만큼 중요한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삼십육계 '무중생유'의 한 무제를 통해서도 이를 잘 알 수 있었는데

황제로서의 자신의 체면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 태자를 죽음으로 내몬 그의 모습은

중국인들이 체면을 정말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점을 잘 입증해준다.

체면은 한 마디로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얼굴이라 할 수 있어

쉽사리 손상당해서도 안 되는 자존심이며 다른 사람의 체면도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체면이 손상당하거나 다른 사람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들을 대표하는 또 다른 속성은 단위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첨엔 단위라고 해서 계량 단위를 일컫는 것인지 알았는데 조직으로서의 단위를 말하는 것이었다.

개인보다는 단체를 중시하는 점은 중국뿐만 아니라 동양문화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 일본 등은 20세기 들어서 민주주의가 도입되어 집단의식이 점차 희석되고 있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아직도 집단의식이 상당히 강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단위와의 결별만이 그들의 현대화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가정, 결혼과 연애, 우정 등 모든 인간관계가

개인 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 및 자신이 속한 집단이 우선이었다.

그 결과 결혼에 있어서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결코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요즘 세대는 많이 변해가지만 아직도 그들에겐 결혼에 있어 사랑은 부차적인 것이고

인연 맺기와 혈통 잇기가 우선인 것 같다.

그만큼 개인의 행복보단 가정이나 대외적인 체면 등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점은 여전한 것 같다.


놀랄만한 사실은 책에서 소개되는 중국인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도 너무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인을 한국인으로 바꿔도 대다수 맞아 들어갈 것 같다.

사실 우리 문화의 상당한 부분이 중국에서 온 것도 있고

중국을 사대하며 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다보니

외모만 비슷한 게 아닌 문화도 비슷해진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이중톈 교수는 중국인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 고대 문헌들에서부터 아Q정전 등 현대 문학작품까지 인용하고 있어

중국의 방대한 문헌들을 조금씩이나마 접해 보는 기회도 되었다.


원래 자기 자신은 자기가 제일 잘 알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를 아는 사람이 더 잘 알 수도 있다.

한국인인 나도 한국인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막연한 국민성만 얘기할 수 있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선 잘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중국인이면서도 중국인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풍성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 한권으로 중국인에 대해 모든 걸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중국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본과 더불어 가깝지만 먼(?) 나라라 할 수 있는 중국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그들을 알 게 되는 좋은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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