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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십육계 7 : 무중생유 - 2부 적전계 ㅣ 소설 삼십육계 7
정문금 지음, 김찬연 옮김 / 반디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 무제는
자신의 행동이 모두 태자 유거가 태평성대를 열 초석을 닦는 행위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첩 조첩여가 14개월 만에 아들을 낳자
요임금의 어머니란 뜻의 요모문이란 친필을 내린다.
이에 태자 유거는 자신의 자리에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부자간의 이런 틈을 이용해 소문은 엄청난 계략을 꾸미기 시작하는데
없어도 있는 것처럼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여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의미의 무중생유는 36계 중 하나이다.
36계는 흔히 줄행랑이라는 도주의 계와 미인계, 고육계 등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소개되진 않았던 것 같다.
36계를 중국 역사 속 가장 잘 어울리는 사건과 함께 소설로 엮은
이 엄청난 프로젝트는 36계와 중국 역사를 동시에 즐기게 해준다.
사실 첨엔 따분한 중국고사 얘긴 줄 알았는데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흥미진진한 얘기였다.
자기 맘에 조금만 거슬려도 가차없이 죽여버리는 무제에게 직언을 할 충신은 아무도 없었다.
늘 그의 눈치만 살피고 그의 노여움을 살까 봐 다들 전전긍긍한다.
한편 그의 아들 태자 유거는 아버지완 정반대의 성품으로 한 마디로 성군의 자질을 가진 인물이다.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우유부단하고 아버지의 눈치를 너무 본다는 사실
이런 두 부자사이에서 신하들은 늘 누구편도 들지 못하고 양다리를 걸친 채 눈치만 보고 살았다.
점점 늙어가는 태자와 여전히 불로초를 찾아다니는 정정한 황제 사이에
소문은 조첩여의 아들을 이용 두 부자 사이를 갈라놓을 계략을 꾸민다.
그것이 바로 무중생유 있지도 않은 사실로 태자를 모략하는 것이다.
소문의 계략에 따라 암살시도나 저주 등 모든 것이 태자를 의심하게 만들어
점점 태자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소문의 외줄타기는 위험한 순간을 계속 간신히 넘기면서 자신의 목적달성을 눈 앞에 두게 되는데...
소문의 계략이 하나씩 성공하면서 무제와 태자간의 갈등이 고조되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들을 의심하면서 아들을 힘들게 만드는 무제나
소심해서 자신의 결백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태자는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교활한 소문의 계략이 얄미울 정도로 발각의 위기를 계속 넘어가며
점점 태자의 숨통을 죄어가는 것이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 책에선 우리네 사극에서 흔히 보던 음모와 계략이 판을 치는데
무중생유는 그 계략의 수준이 한 차원 높은 계략이라 할 수 있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무중생유
역시 계략이라는 건 대부분 좋은 의미로 쓰이진 않지만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한 필요악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처세술이라 할 수 있다.
무중생유를 통해 36계의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난세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른 계책들도 하나씩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