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범인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여 끝난 듯 보였던 끔찍한 연쇄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자의 여동생이 자기 오빠가 범인일리가 없다고

나서고 진범이 이를 도우면서 사건은 또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너무나 운 좋게도 사건이 일단락되었음에도 진범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의 걸작을,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중들에겐 끔직했지만 그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그의 엽기적인 작품이 뜨뜻미지근하게 끝나는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 주지 않는 게 섭섭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뒤에서 배우들을 조종하는 것으론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무대에 출연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도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의 여동생을 미끼로 삼아서 화려하게(?) 무대에 데뷔한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으며 사건에 대한 책까지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의 행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를 떨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놈이 처절하게 무너지길 바랐을 것이다.

물론 결말이 너무 눈에 뻔히 보인 점이 좀 아쉽기는 했다.

 

하루 아침에 영웅이자 스타가 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즐기던 그도

그 콧대 높은 자존심 때문에 한 순간에 무너진다.

진범을 자백하게 만드는 결정타는 영화 '어퓨 굿멘'을 연상시켰다.

영화 속에서 자신은 절대 가혹행위를 시킨 적이 없다고 부인하던 잭 니콜슨을

변호인이었던 탐 크루즈는 그의 자존심을 긁어 그가 흥분한 상태에서 자백하게 만든다.

이 책 속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특히 자신이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니 작품은 표절이야'라는 말만큼 치명적인 게 없을 것이다.

암튼 이 장면은 그 동안 묵은 체증이 내려갈 만큼 속이 후련했다.

 

무려 3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작품을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역시 미미여사는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특히 이 작품은 스케일도 크고 등장인물들이 촘촘히 얽혀 있어

어떻게 이런 작품을 써 낼 수 있을까 할 정도였다.

 

이 책 속에 진범은 그야말로 최고의 악인이었다.

그에게는 한 치의 죄책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위대한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들의 의미없는(?) 삶을 의미있게 해 주었으니까...

물론 그도 또 다른 범인과 마찬가지로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 과거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로 그에게 면죄부를 주기엔 그의 범행이 너무 끔찍했다.

 

요즘은 정말 묻지마 범죄가 종종 일어난다.

금전이나 원한관계 등으로 일어나는 범죄는 그나마 해결하기 쉽지만

이 사건의 범인같은 묻지마 범죄자에겐 대책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인간소외와 무관심의 세상이 점점 이런 악인들을 키워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점점 무서운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미미 여사의 '모방범'은 이런 현실을 절묘하게 그려 내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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