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베네치아에서 유명 배우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총독은 감옥에 갖혀 있던 말썽쟁이 흑란 피에트로를 풀어 주어

사건을 해결토록 지시하지만 연이어 발생하는 끔찍한 살인사건은

베네치아를 공황상태로 몰고 가는데...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9개의 형벌을 재연한 미스터리 팩션

제목에 단테가 들어가서 '모자이크 살인'과 '빛의 살인'과 같은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작가도 달랐고 주인공도 달랐다.

단테 시리즈가 이탈리아 작가 줄리오 레오니가 역사 속 인물 단테를 탐정으로 만들었다면

이 책은 단테의 명작 신곡의 지옥편 형벌을 소재로 하여 18세기 베네치아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단테가 피렌체가 자랑하는 인물인 점에선 피렌체가 아닌

베네치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점은 묘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단테는 고향인 피렌체에서 추방당하긴 했다. ㅋ)



살인범은 연쇄살인을 저지르면서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그대로 재연하는 볼 거리를 제공한다.

당연히 베네치아 당국은 발칵 뒤집힌다.

게다가 살인범이 단순히 개인이 아닌 이교도 조직과 연계되어 있고

총독을 비롯한 정부의 전복까지 노린다는 소문까지 퍼져

카니발이라는 큰 축제를 앞두고 총독을 비롯한 핵심관리들이

문제아 흑란을 감옥에서 빼내 긴급투입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된다.

하지만 늘 흑란은 범인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며 한 발 늦는데...



책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베네치아는 내가 여행 가 본 곳이라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산 마르코 광장,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 리알토 다리 등

베네치아의 명소들이 다시금 눈 앞에 그려졌고

곤돌라를 타고 유유히 둘러 보던 베네치아의 옛스런 풍경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마에스트로가 직접 시범 보인 유리 공예와 작품들도 이 책을 보니 다시금 떠 올랐고

상점마다 널린 가면들은 이 책 속에서의 카니발과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한 마디로 나의 베네치아에서의 기억들을 회상시켜 주는 좋은 촉매 역할을 한 책이었다.



한편 주인공 흑란 피에트로의 친구로 카사노바까지 우정출연하는데

아예 실제 인물인 카사노바를 주인공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 피에트로도 카사노바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니

굳이 피에트로라는 가상 인물이 필요했을까 싶다.

천하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탐정이 된다는 컨셉이면

훨씬 더 홍보효과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다. ㅋ



단테의 신곡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고전으로만 생각했던 그 책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길래

단테와 그의 대표작 신곡이 아직까지 대중문학의 소재로 사용되는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대혁명을 앞 둔 봉건질서가 무너져가고 새로운 세상이 차츰 영글어가던 시절

베네치아의 모습을 잘 재연해 낸 이 책은

미스터리 팩션의 재미를 충분히 잘 살려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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