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구판절판


인간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웃음, 숨결의 온기, 살과 뼈도 함께 사라진다. 살아 있는 그들의 기억도 거기에서 멈춘다. 슬프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멸에는 예외가 있다. 그들이 남겨놓은 책 속에서 그들은 영원히 존재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유머, 문체, 기분까지도. 그들은 책을 통해 독자를 화나게 할 수도 있고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위안을 줄 수도 있다.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세상을 떠났지만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호박 속의 파리처럼, 얼음 속에 묻힌 시신처럼,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라졌어야 마땅한 것들이 종이 위에 적힌 잉크의 기적으로 보존된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다.-30쪽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떤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의 머리와 가슴,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가 태어나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라. 당신이 듣게 될 이야기는 진실이 아닌 한 편의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42-43쪽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네. 이야기는 마치 가족과도 같은 거야.
우리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그들을 잃었다고 해도 항상 우리와 함께 살아 있으니까. 그들에게서 멀어지거나 등을 돌려도 가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야. 이야기도 마찬가지라네.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는 법이지.

이야기는 침묵을 좋아하지 않아. 이야기에겐 말이 필요해.
말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엔 죽어버리고 말아.
그리고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니지.-416-417쪽

상상을 한다는 것은 건전한 것이고, 위대한 과학의 발견은 상상 없이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상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확고한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만 한다. 상상을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둔다면 결국 우매함으로 인도될 뿐이다.-439쪽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슬픔이 있다. 그 모양이나 무게, 깊이는 다를지라도 슬픔의 빛깔만큼은 모두 똑같은 것이다.-5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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