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미쓰세 고개에서 목이 졸린 채 죽은 여자가 발견된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증언하고 그녀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남자는 며칠째 행방불명 중인데 과연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줄거리만 보면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무늬는 추리소설이지만 추리소설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제목처럼 과연 누가 진정한(?) 악인인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선악의 문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서로 얽혀 있다. 먼저 이 책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요시노 그녀는 보험판매원이면서 만남사이트를 통해 남자들과 묻지마(?) 만남을 일삼는 여자다. 그리고 부잣집 왕자님(?)이라 할 수 있는 게이고를 좋아하면서 그와 사귄다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결국 그녀의 허영심은 그녀의 명을 재촉하게 만든다. 피해자라 하지만 아무 죄 없는 피해자라고는 할 수 없는 여자다. 다음으로 이 책에서 악인이라 내세울 수 있는 범인 그는 요시노를 죽인 살인자이기에 악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악인이라고 단정짓기엔 좀 꺼림칙한 점이 있다. 그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사건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를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그의 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지만 그가 그런 죄를 짓게 만든 데는 단순히 그의 잘못만은 아닌 것이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후 여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하던 그에게 요시노의 무시는 죽음을 자초할만한 행동이었다. 다음으로 이 사건의 또 다른 용의자였던 게이고 그는 요시노를 직접 죽인 범인은 아니었지만 그는 살인자라 해도 무방한 인간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이라 자기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의 인간인데다 나중에 그가 자신의 무용담을 친구들에게 펼치는 장면들은 진정한 악인은 그가 아닐까 싶게 만들었다. 이 책은 살인사건의 발생과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피의자의 도주 등 기본적으로는 추리소설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특히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나 '화차' 등과 흡사한 전개를 보인다. 하지만 범인 맟추기와 동기에 초점을 맞추는 추리소설에 비해 이 책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인간의 본성에 관한 여러 학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은 두가지 면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어느 쪽으로 더 발달하느냐에 따라 선인이냐 악인이냐를 구분하게 만들며 그것은 교육이나 가정환경 등 후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악인이니 선인이니 하는 것은 각자 개인의 선택(?)과 주위 환경이 어우러진 결과이며 특정 상황에 따라 누구나 선인도 악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을 쉽게 악인이나 선인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은 늘 선악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시다 슈이치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퍼레이드' 등 그의 전작들은 늘 손이 가다가 다른 책에 밀려(?) 볼 기회를 놓쳤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의 글발을 맛 볼 수 있었다. 작가 스스로 감히 자신의 대표작이라는 이 책은 인간의 선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