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반양장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구판절판


수필은 흥미를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17쪽

내게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면 계절이 바뀌는 것이요,
희망이 있다면 봄을 다시 보는 것이다.
내게 효과가 있는 다만 하나의 강장제는 따스한 햇볕이요,
'토닉'이 되는 것은 흙 냄새다.
이제는 얼었던 혈관이 풀리고 흐린 피가 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젊음'이 초록색 '슈트케이스'를 마차에 싣고
넓어 보이는 길로 다시 올 것만 같다.-23쪽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34쪽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적고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 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데 있는가 한다. -80쪽

'말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침묵은 말의 준비 기간이요, 쉬는 기간이요,
바보들이 체면을 유지하는 기간이다.
좋은 말을 하기에는 침묵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긴 침묵을 필요로 한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요,
농도 진한 말을 아껴서 한다는 말이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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