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구 - 안락사를 말하다
데릭 험프리 지음, 김종연.김종연 옮김 / 지상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안락사를 다룬 책이라서 처음에는 안락사 허용 여부에 대한 찬반 논의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안락사 허용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 후

실제 안락사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 사실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조용히(?)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라니

안락사 허용 여부에 대한 찬반을 떠나 논란을 불러 일으켰을 책이다.

 

사실 안락사 허용 여부는 여전히 논란 거리이다.

환자 본인과 가족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를 허용해야 하지만

종교단체 등에서 이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사람의 생명을 사람이 맘대로 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자살, 사형, 낙태 등의 문제에도 공통되는 논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직 고통뿐인 생명을 억지로 조금 연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덜 고통스러울 때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좋은 모습으로 떠날 수 있다면 그게 더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안락사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안락사도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오리건 주의 법률을 보건데 안락사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환자가 불치의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실을 의사가 증명해야 하고

환자가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로 안락사를 결정했으며

이를 증명할 증인(물론 혈연, 상속, 재산관계 등이 없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엄격한 양식의 서류에 의해야 하며 안락사 방법도 의사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죽는 일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안락사 허용 조항의 남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책에서도 계속 경고하고 있듯이 이 책이 자살을 조장하거나

무분별하게 죽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책이 아니다.

정말 극심한 고통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죽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평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비상구를 가르쳐 주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자발적 안락사와 조력 안락사를 인정하고

미국의 오리건 주에선 조력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국가에선 아직 이를 법률적으로 허용하는 단계는

아닌 듯하다. 물론 우리도 법률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진 않고

형법에서 정당행위의 차원에서 위법성 조각여부를 논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마지막 방법과 사례들을 보면

법이 안락사를 불허함으로 인해 환자들이 선택한 극단적인 방법들과

그로 인한 끔찍한 결말이 너무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하고 싶을 것인데

그런 극단적인 결정으로 내몰고 있는 법과 제도가 어서 빨리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맹목적인 종교적인 주장이나 탁상공론보다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하는 길이 진정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환자들의 마지막 비상구를 소개해 줄뿐 아니라

안락사에 대한 논의를 더욱 불 붙일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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