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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예술가들 -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
캐슬린 김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10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술가와 법정은 좀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이 책은 법정 공방을 벌인 실제 사건들을 소개한다. 예술도
결국 인간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보니 분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데 아무래도 예술이라는
특별한 분야이다 보니 다른 영역의 분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저자가 미국 뉴욕주
변호사다 보니 확실히 전문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았지만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총 6장에 걸쳐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법적 문제들을 다루는데 저자의 표현처럼 '뜨거운 예술'이
'차가운 법'을 만나는 순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었다. 경계를 허물고 정의되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예술과 경계를 짓고 명확히 정의하며 사회적 약속인 규범을 수호하는 법이 충돌하는
순간 과연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가 궁금했다. 먼저 무엇이 예술인지에 대해서는 주로 외설 논란이
문제가 되었는데, 브랑쿠시의 '공간 속의 새'나 김수자의 '바늘 여인'이 관세의 대상 여부에 대한
논란부터 모딜리아니, 쿠르베, 실레의 외설 논란 등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휘슬러와
비평가인 러스킨 사이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이었는데 명예훼손을 인정하면서도 배상액을
동전 한 닢만 인정해 결과적으로는 휘슬러의 패배라 할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하루 5분 미술관'
이란 책에서 예술이 1912~1948년까지 올림픽 종목이었던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은 사실 그냥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은데,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바나나를 '코메디언'이란 작품으로 전시한 건 리움미술관 전시에서 봤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관람객이 바나나를 먹어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이 흔히 피카소가 한 걸로 알려져 있지만 T. S. 엘리엇의 평론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론한다. 저작권과 관련된 여러 소송들도 흥미로웠지만, 작품의 진위를 둘러싼 천경자, 이우환
작가의 사례가 과연 법이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천경자 작가의 '미인도
사건은 워낙 유명하지만 작가가 자기 작품이 아니라고 하는데 법원이 진품이라고 인정한 반면
이우환 작가는 법원이 위작이라고 판단했는데 작가 본인이 자기 작품이라고 인정해서 도대체 진실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밖에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나 페르메이르 작품 위작 사건 등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건들을 망라하면서 부록으로 예술과 관련된 법 상식과 용어 정리까지 해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에 소개된 사건과 관련하여 도판이 하나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언급된 작품들을 따로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법적 문제들을 실제
사례들을 통해 잘 정리해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