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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ㅣ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 문학계와 미술계의 슈퍼스타라 할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 제목은 두 사람이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쌍둥이에 비유할 정도의
유사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카프카의 문장을 읽으며 실레의 그림을 보면 둘이 분리된 타인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 할 수 있다며 이 책의 엮은이는 이러한 기묘한 융합을 '카프카-에곤-실레'라
명명한다. 1883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현재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난 카프카와 1890년
오스트리아 근교 툴른에서 태어난 실레는 그 당시로는 같은 나라 국민이었고 활동 반경이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아 공식 기록은 없지만 어쩌면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 책에선 카프카의
여러 글들을 소개하면서 실레의 그림을 삽화처럼 곁들이고 있어 두 사람의 묘한 공통점을 저절로
인식하게 만든다.
먼저 '들어가며'에 이어 바로 실레의 '꽈리 열매를 든 자화상'이 등장해 반가웠는데 2년 전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열렸던 '비엔나 분리파 전시'에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체코어로 갈까마귀란
뜻의 카프카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책은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로 시작한다. 아버지라는 거대한 권위 앞에 주눅 든 어린 소년의 모습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어 실레의 삶을 간략하게 정리하는데 매독에 걸린 아버지가 가족의 전 재산인 채권을 불에
태워버리는 등 그의 삶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이 수록되어 있어 다시 읽게
되었는데 10년 전에 읽었던 느낌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카프카의 '심판' 속 '법 앞에서'의 핵심
장면을 간략하게 다루는데 실레의 '즉결 재판'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것 같았다. 중간에 엮은이의
단편소설 '청진'이 들어가 있는데 탈북자와 관련된 초현실적인 느낌의 작품으로 다중적 의미의 '청진'을 활용하였다. 주로 카프카의 글과 실레의 그림이 번갈아 가며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카프카의 드로잉이나 실레의 시와 편지도 만나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생전에 만난 적이 있다거나
접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들의 작품으로 볼 때 통하는 게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엮은이가 붙인 '만나지 않은 쌍둥이'란 표현은 두 사람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결시키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