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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평점 :
작년에 회사 도서실에서 '미술관에 간 화학자 2'를 대출해서 봤는데 하필 1권은 회사 도서실에 없어서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매를 했었다. 다른 책들에게 밀려 못 보고 있다가 서평책이나 회사 대출책들이
없는 오랜만의 시간이 찾아와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보통 시리즈물은 순서대로 읽는 게 좋지만 이 책은
2권과 순서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 같았다.
총 5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미술의 역사를 바꾼 화학'으로 시작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으로 포문을 여는데, 성모 마리아의 파란색 치마를 그린, 황금 다음으로 비싼 청금석을 재료로
하는 울트라마린이나 그보다는 싼 남동석을 재료로 하는 아주라이트 등을 소개한다. 조토의 '동방박사의
경배'는 젖은 석회를 바르고 마르기 전에 물에 갠 안료를 석회에 스며들게 해 그림을 완성하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졌는데 파란색의 마리아의 옷만은 템페라 기법을 사용해 거의 벗겨졌음을 알려준다.
'유화의 창시자'란 평가를 받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을 통해 불포화지방산이 유화를
탄생시켰음을 알게 되었고, 유화와 템페라 기법을 혼합한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이 많이 훼손된
사실을 통해 다빈치의 미술 재료에 관한 화학적 지식이 상당히 취약했다고 평가한다. 변색된 명작들이
적지 않지만 아마 가장 유명한 작품이 렘브란트의 '야경'이 아닌가 싶다. 원래 낮 풍경을 그린 것임에도
'야경'이라 불릴 정도로 변색된 상세한 이유를 알려준다. '화가 어머니의 초상'으로 유명한 휘슬러는
원래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화학 성적이 워낙 안 좋아 학교를 관두고 미술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그가 즐겨 사용하던 연백의 주성분이 납이어서 납중독이 죽음의 원인으로 평가받는다. 서양
작품만 다룰 줄 알았는데 신윤복의 '미인도'나 김홍도의 '씨름' 등 우리 작품들도 소재로 삼아 몰랐던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화학자의 눈에는 명화들 속에서도 화학의 흔적을
날카롭게 찾아내 전혀 무관할 것만 같았던 화학과 미술의 접점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