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노, 열정을 디자인하다 - 최초의 알파걸, 최고의 패션 패셔니스타
노라 노 지음 / 황금나침반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한국 패션의 산 증인 노라 노의 자서전

사실 패션 디자이너라고는 국민 디자이너 앙드레 김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노라 노는 한국 최초의 패션쇼와 기성복을 만든 사람이었다.

 

1928년생인 그녀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영친왕의 영어교사를 한 외할아버지를 둔 일찍 개화한 외가에다

경성방송국 개국 공로자인 아버지와 아나운서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노라 노는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의 출발을 하였다. 

거의 공주님에 가까운 유년 시절을 보내며 문학과 영화를 좋아하던

그녀에게 첫 시련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결혼이었다.

17살의 철없던 소녀였던 노명자는 일본군 장교에게 시집간다.

하지만 남편은 곧 2차대전에 참전하게 되어 이별하게 되고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남편이 살아 돌아오지만 그녀의 맘은 이미 멀어져

패션 디자이너라는 자신의 천직을 선택하게 된다.

 

그녀의 옥의 티(?)라 할 수 있는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못했다.

두번의 결혼과 이혼,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그녀는 결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전문직 여성인 그녀가

가정생활에 충실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순종이니 희생이니 하는 과거 여자들의 미덕(?)과는 전혀 친하지 않는

성있고 자기 주장이 강한  부잣집(?) 공주 스타일이었으니까

(순전히 책을 통한 개인적인 생각일 뿐 실제 그녀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평범한 여자들의 결혼생활을 그녀가 견뎌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여러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그 당시 대다수의 여자들에 비하면

엄청 혜택과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한 삶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녀 자신의 열정과 용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한국사회의 격동기를 모두 겪고 살았지만 세상이 그녀를 힘들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녀는 오직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삶에만 충실했기에

세상이 요동치는 것은 그녀에겐 미풍에 불과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노라 노와 유명인과의 인연이다.

그녀의 옷을 입은 문희, 엄앵란, 최은희, 여운계, 펄 시스터즈등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프랭크 시나트라, 그레고리 펙, 안익태 선생, 안창호 선생의 장남 등과의

특별한 인연도 재미를 준다.

 

위인전을 읽으면 머나 먼 과거 인물의 영웅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실존하고 있는 인물의 얘기를 읽으니

마치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문직 여성이 전무하던 시절에 패션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국제 패션 경향에 뒤쳐지지 않으면서 우리의 옷감으로 옷을 생산해 낸

그녀는 진정 알파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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