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평점 :
천장화라고 하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이 떠오른다. 이 작품을 직접 봤던
때가 무려 20년이 지나서 이젠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경이로웠던 그 공간의 인상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나마 작년 봄에 리움에서 열렸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에서 천장화를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 조금이나마 미켈란젤로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지만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좁은 공간이어서 오래 감상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건물들의 천장화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데 천장화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천장화라고 하면 주로 성당을 연상시키지만 이 책에선 종교뿐만 아니라 문화, 권력, 정치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천장화는 그 위치상 하늘과 가장 가까운 미술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레
종교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여러 종교가 자신들의 전파하고자 하는 핵심 사상을 천장화로 표현했다.
이탈리아 라벤나의 네오니아노 세례당을 필두로 주로 성당들의 천장화가 등장하는데 가까이서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 천장화들을 대형 도판을 통해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직 가보지
못한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독특한 구조, 이란 이스파한 이맘 모스크의 신비로운
기하학적 문양들의 향연은 도쿄 센소지의 천장화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문화편은 파리 팔레 가르니에로
시작하는데 이 책 표지로도 사용된 샤갈의 작품이 등장한다. 빈의 부르크 극장은 마침 국립중앙박물관
비엔나 분리파 전시에서 봤던 클림트의 '디오니소스 제단'이 실제 그려진 곳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의 명소들도 등장하는데 그런 당연한 곳들보다는 오히려
스톡홀름 지하철역, 멕스코 톨루카 코스모비트랄식물원,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앤 카지노
등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특별한 천장화가 더욱 신비로웠다. 권력편에선 알함브라를 비롯한 여러
궁전에 그려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정치편에선 시청사 등의 천장화를 선보이는데 특히 유엔
제네바 사무국의 미켈 바르셀로의 종유석 천장이 다른 천장화들과는 확실한 차별화가 되었다. 그동안
미켈란젤로의 작품 외엔 천장화에 대해서 거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다채로운 천장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제대로 보기 힘든 천장화를 책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천장화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