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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권에서 우리 고미술 명작들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 만족스러웠는데 2권에는 또 어떤 작품들이
다뤄질까 궁금했다. 1권에서 12점이나 소개한 것에 비하면 2권은 조촐하게 6점을 집중 다루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이 저자의 유작이었다. 이 책을 준비하며 써놓은 유고를 완결 짓지 못하고 2005년에 저자가
세상을 떠나자 1주기에 맞춰 정리하여 출간한 책이다 보니 1권에 비해 많은 작품을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마지막 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더 소중한 느낌도 들었다.
저자의 간택을 받은 6점에는 1권에 이어 김홍도의 작품이 두 점이나 포함되었다. 먼저 '송하맹호도'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이라 할 수 있는 조선 범을 그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임인년에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비롯해 여러 전시에서 호랑이 그림들을 무수히 보았지만 대부분 민화풍의
작품들만 보았지 정작 호암미술관 소장인 이 작품은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책으로나마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이어 옛 그림의 표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데 우리는 관능적이고 감각적이며 표현적인
것을 좋아하는 일본의 표구 방식과는 다름에도 일제 시대를 거치며 많은 작품이 일본식 표구를 하게
되어 작품의 진가를 훼손시킨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된 작품인데 저자는 술고래인 김홍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렸을 거라 추측해 더욱 흥미로웠다.
1권에서 다룬 '인왕제색도'와 함께 정선의 또 다른 국보인 '금강전도'는 주역을 통해 풀이할 정도로
심오한 철학이 담긴 작품임을 면밀하게 검증하였다.
정약용이 이 책에 등장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딸에게 그려준 '매화쌍조도'가 간택을 받았다. 고려대
박물관 소장품이라 확인해 보니 예전에 고미술전시실에서 봤던 작품이었다(다만 작품명이 '매화병제도'
라고 되어 있었다).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정약용이 그림에서도 나름 활약했다니 그도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었는데 사실 정약용의 외고조부가 1권에서 다뤄진 윤두서인 점을 감안하면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민영익의 '노근묵란도'도 아직 못 본 작품인데 뿌리 뽑힌 조국의 비애를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이어 '이조'가 간교한 식민주의자들이 고의로 만들어낸 어휘라며 우리가 아는 사대주의가 반드시
사소주의와 짝하는 힘에 의한 주종 관계가 아닌 평화적 외교 관계라는 몰랐던 내용을 알려준다. 마지막
작품은 작자 미상의 이채 초상으로 할아버지인 이재 초상으로 전해지는 작품도 실은 이채 초상임을
역설한다. 이렇게 6점과 관련된 상세한 설명으로 마무리하는데 더 이상 작가의 고미술 설명을 접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1, 2권을 통해 새롭게 접한 작품들을 실제 영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