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미술관 - 발칙함을 넘어 금기를 깬 천재 예술가들의 문제작
조이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책 제목만 보면 미술관에 위험한 뭔가가 있거나 미술관을 위험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서양미술사에서 기존의 관습과 금기를 깬 발칙한(?) 예술가 6명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서양

미술사를 보면 기존 질서에 반항하여 새로운 사조를 들고 나온 혁명가나 악동(?)들이 적지 않은데

이 책에서 선택을 받은 인물은 카라바조, 프리드리히, 마네, 뭉크, 뒤샹, 요셉 보이스였다.


먼저 카라바조는 살인자로 악명이 높은 희대의 악동이라 할 수 있지만 키아로스쿠로 불리는 명암법으로

빛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작품을 선보여 아르놀트 하우저는 그를 최초의 근대적 화가라고 불렀다.

카라바조의 작품을 직접 본 건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나온 '도마뱀에

물린 소년'밖에 없지만 올해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서양미술 800년전'에서도 그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

작품을 대거 만나볼 수 있었다. 프리드리히가 여기에 포함된 건 좀 의외였는데 기존의 이상적인 풍경화

모델에서 벗어나 거대하고 숭고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과 무력함, 허망함 등을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였기에 당대의 대세를 거슬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상주의가 태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1등

공신인 마네는 여기에 충분히 포함될 만한 인물이었는데 스캔들을 일으키며 예술적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살롱전에 계속 출품하며 제도권의 인정도 받으려고 했던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한 화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한 달 전쯤 예술의 전당 전시로 훨씬 가까워진 뭉크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그의 파격적인 작품들이

베를린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얘기는 흥미로웠다. 소변기를 그대로 '샘'이라고 출품해 파란을

일으켰던 뒤샹은 예술가의 생각이 곧 예술이라는 개념 미술의 아버지라 할 수 있고, 이어 예술품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으로 만들어버린 워홀이 등장한다. 다섯 번째는 사실 뒤샹만이 아닌 워홀이

공동 주연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요셉 보이스는 이 책을 통해 정말 재발견을 했다. 타데우스 로팍

드로잉 전시를 보면서 왜 그렇게 과대평가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는데, 요셉 보이스는 예술가의 

생각이 예술이라는 뒤샹을 넘어서 예술가의 행동을 예술이라고 보면서 몸소 예술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마침 타데우스 로팍에서 봤던 워홀의 '요셉 보이스의 초상'이 마지막 도판으로 실려 있어 감회가 더

남달랐다. 이 책에서 소개한 6명 아니 7명의 시대를 앞서 간 예술가들의 얘기를 통해 기존 질서를 벗어난

파격을 선보인 사람들이 결국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변화는 역시 위험할

수도 있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더 고귀하고 매력적인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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