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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 하 - 금강예찬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1권이 평양 일대의 문화유산을 다뤘다면 이 책 2권에선
금강산에 집중한다. 아마 북한의 문화유산 중에 남한 사람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금강산일 것 같은데
한때 현대아산에서 금강산 관광상품을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 책은 그 이전의 방북 답사와 함께
현대 금강호를 타고 네 번이나 추가로 가서 답사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선 1부 '금강 입문', 2부 '외금강', 3부 '내금강'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금강산에 얽힌
우리 역사 속의 각종 글과 그림 등을 총망라해 소개한다. 워낙 극강의 미모(?)로 유명한 산이지만 현재
남한 사람들 중에는 직접 가본 사람들이 극소수이다 보니 여전히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가 처음 방북 답사로 금강산을 가게 되었을 때의 심경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 책에선 주로
금강산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의 방북 답사때 시인 고은과 소설가 김주영과 동행한 얘기가
소개되는데 미투 사건으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고은이 미화(?)되어 등장하고 있어 좀 거슬렸다.
책 출간 당시를 감안하면 저자가 추앙하는 인물로 대접받던 시절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1부에선 금강산에 접근하는 경로부터 여러 얘기들이 등장하는데 조선 세조가 40일에 걸쳐 온정리 온천
행차를 했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단종 등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왕이 된 세조가 피부병 등으로
고생하다 금강산에 있는 온천에 가서 일대를 관광하고 온 얘기는 좀 어이가 없었다.
2부부터는 본격적인 금강산 유람기가 나오는데 바다쪽인 외금강부터 다룬다. 궁궐 등 고건축물 수선
등에 사용되는 금강송 얘기부터 시작해 외금강 탐승의 양대 코스인 만물상과 구룡폭 일대의 절경을
사진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3부 내금강은 과거 금강산 관광 당시에도 개방되지 않았던 곳인지라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는데 방북 답사 때도 간신히 허가가 되었다고 한다. 경사가 가파른 외금강이
굳센 남성미를 보여준다면 완만한 내금강은 온화한 여성미가 있다고 표현하는데, 과거 금강산 유람을
했던 양반들은 가마와 나귀를 타고 갔다고 한다. 특히 가마중이 있었다고 하니 조선시대 당시 불교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장안사터, 표훈사, 정양사 등 유명 사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역시 가장 압권은 묘길상의 마애불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전형적인 고려 초기 불상으로 고려
불상의 자존심이라고 할 만한 명작이라 평가한다. 아쉽게도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에는 오르지 못하고
금강산 탐승기를 마무리하는데 부록처럼 북한 답사 여록을 수록하고 진짜 부록으로 금강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으로 북한 문화유산답사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개성과 백두산 등도 답사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 답사기로는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움이 크다. 저자는 북한 문화유산답사기를 내면서 북한에 너무
우호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북한이 실제 자랑스레 보여준 평양산원,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등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사실 북한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광고하기 위해 특별히 방북을 허락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인 이 책도 분명
확인을 했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발언 수위를 나름 신경써야 했던 저자의 고뇌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암튼 유홍준 교수의 안내로 책으로나마 금강산을 둘러볼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
되었는데 생전에 금강산을 꼭 가볼 기회가 생겨 다시 한 번 이 책을 펼쳐볼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