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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선정 위대한 그림 220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여러 미술사 책들을 읽으면서 웬만한 유명 그림들은 대부분 책으로나마 봤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무수한 그림들이 있다 보니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 그림들도 많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의
제목처럼 '위대한 그림'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그림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누가
선정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데 영국 대표 방송사인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프로그램을 각색한 이 책에 과연 어떤 작품들이 등장할지 정말 궁금했다.
프롤로그를 보니 '모나리자'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과 같은 유명 그림은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도대체 어떤 그림이 수록된 것일까 더욱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220번부터 거꾸로
출발하는데 첫 작품은 윌리엄 터너의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현관에서 본 베네치아'라는 좀
생소한 작품이었다. 터너의 유명 작품들을 여럿 아는데 이 작품이 선정된 건 좀 의외라 할 수 있었지만
이후 등장하는 작품들도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들은 대부분 친숙한 이름들이지만
과연 그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피카소의 경우 '게르니카'가
당연히 포함되었지만 '삶'이 등장하는 건 예상밖이었다. 이미 내가 직관한 작품임에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어 그 진가를 재발견하게 된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봤던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위대한 친구들'이 대표적이었다. 그때도 중요 작품이란 표시가 있어 사진을 찍어 오긴
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너무 유명한 그림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니
'시녀들'로 유명한 벨라스케스의 작품이 '하녀들'이라고 소개되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있어
좀 기준이 모호했다. 거의 서양 미술만 가득했는데 캉그리 화파의 '정원의 라다와 크리슈나', 동원의
'소상도', 타와라야 소타츠의 '송도도 병풍' 정도의 동양 그림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포함된 건 아쉬웠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책 표지를 장식한 헨리 레이번의 '스케이트 타는 목사' 등 새롭게 알게 된 작가와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그동안 나름 많은 작품들을 감상했다는 자부심이 무색해졌다. 이 책으로 안면을
튼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서 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