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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그림 - 고통과 환희를 넘나든 예술가 32인의 이야기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림에도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사연을 모르고 볼 때의 그림과
사연을 알고 나서 보는 그림은 천지차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고통과 환희를 넘나든 32명의 예술가
얘기를 간략하고 들려준다. 친숙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도 있었는데 과연
그들에겐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를 고흐의 얘기로 시작한다.
고흐는 워낙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에 사연계에 있어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데 여러 책을 통해 대부분의
사연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을 당시 최고가인 8250만 달러에
낙찰받은 사이토 료에이 명예회장이 자신이 죽으면 이 작품도 함께 화장해달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유언을 소개한다. 1996년에 사망했다고 하는데 과연 고흐의 명작은 아직 살아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말미에는 반 고흐 미술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는데 이 책에선 각 작가나 작품과 관련된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어 알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팝아트의 전설 앤디 워홀을 거쳐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담
초상화가로 유명한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을 다룬다.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 다빈치의 '모나 리자'
등 여러 책에서 소개된 사연 많은 걸작들을 거쳐 앞모습보다 정직한 뒷모습을 그린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와 죽음을 결심하고 걸작을 남긴 고갱의 사연을 들려준다. 호아킨 소로야나 제프 쿤스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의 사연들도 알게 되니 그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오페라
갤러리 전시 등을 통해 친숙해진 니키 드 생팔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 드가, 르누아르, 모네,
마네 등 인상파의 핵심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부분은 잘 아는 얘기들이었지만 책의 중심을 잡아
주기에 충분했다. 스카겐 화가들의 리더 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나 걷는 예술가 리처드 롱, 꽃가루를
뿌리는 남자 볼프강 라이프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들인 것 같은데 초면이었지만 첫 만남의
신선함이 있었고 여성미술가의 대표로 손색이 없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역시 예술가나 작품도 사연을 알면 훨씬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공감하게 됨을 새삼스레 알려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