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의 몸 - 몸을 통해 탐색한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
잭 하트넬 지음, 장성주 옮김 / 시공아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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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라고 하면 종교가 지배하는 암흑시대라는 인상이 깊게 박혀 있다. 물론 서양의 중세를 평가하는

것이긴 하지만 중세가 과연 종교만이 득세한 시대였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중세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중세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인데 이 책은 우리의 

인체를 통해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을 살펴본다. 


중세는 보통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6년부터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시작된 시점까지의 약 천년간을

일컫는데 이 책에선 좀 특이하게도 인간의 몸을 통해 중세를 엿보고자 시도한다. 중세에도 인류가 삶을

살았고 오늘날과 많이 다른 점이 있겠지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의식주 등은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선 머리에서 시작해 발까지 차례로 살펴보면서 마지막으로 미래의

몸까지 다룬다. 인간의 이성과 분별력과 인격이 머무르는 중심인 머리는 당연히 제일 중요한 신체 부위

중 하나여서 참수형이 가장 강렬한 사회적 제재수단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다음은

시각부터 감각기관들을 다루는데 오늘날과 같이 감각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정확하게 알진 못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이후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발의 순서로

중세에서 이해한 각 기관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손가락표로 알려진 그림의

원형이 중세의 필사본 책에도 등장한다는 사실로 중세의 독서가 촉각에 얼마나 크게 의지하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중세 사람들도 당연히 자신의 몸이 삶의 기본이다 보니 몸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관심을 가졌고 이 책에선 그러한 관심이 남긴 흔적들을 총망라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중세 시대 사람들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에서 새로운 사실들도 하나둘 발견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중세 시대 사람들이 인간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잘 정리해서 알려줘 중세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이나마 바꾸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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