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하는 사람도
사건과 약간 거리를 둘 수 있게 되고,
여러 번 이야기해오면서 어느 정도 자기 안에서
소화가 된 상태거든요.
아마 조금씩은 기억 속에서 창작해낸 부분도 있을 겁니다.
즉 이야기로서 정리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들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본 그대로 이야기한다는 건 쉽지 않아요.
아니, 불가능합니다.
선입견이 작용한다든지, 잘못 봤다든지, 잘못 기억한다든지 하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받은 교육, 성격에 따라
보는 방식도 달라지잖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안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신문 기사나 교과서에 실린 역사는 극히 대략적인, 최대공약수의 정보구나 하고요.
누가 누구를 죽였다는 건 사실일지 몰라도, 그 때 상황과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같은 건 아마 당사자들도 모를걸요. 대체 뭐가 진실인가, 그런 건 그야말로 전능한 신밖에 모를 겁니다. 그런 존재가 있다면 말입니다만.-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