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 영화 <한산> <명량> <노량> 원작 모티브 더클래식 동양고전 컬렉션 3
이순신 지음, 김문정 옮김 / 더클래식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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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 있어 가장 사랑받는 위인을 꼽는다면 세종대왕과 더불어 양강을 형성할 인물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무패 신화로 세계 해전사에도 길이 남은 그는 해군 업계(?)에선 세계적으로도 추앙받는 

인물이다. 최근에 영화 '한산'이 개봉되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임진왜란 당시 쓴 일기인

난중일기는 국보 제76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개인의 사적 기록이 국보로까지 인정되는 건

정말 드문 일일 것 같은데 이번에 난중일기를 읽어 볼 기회가 생겨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먼저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담은 그림 등을 먼저 만날 수 있다. 본격적인 일기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임진년(1592년) 1월 1월부터 시작된다. 물론 옛날이라 모두 음력이다. 그 날의 날씨와

간략히 한 일을 적어놓았는데 초딩 시절에 쓰던 일기가 연상되었다. 요즘처럼 주5일제가 아닌 당시엔

나라 제삿날(임금이나 중전 등의 제삿날)이나 자기 가족 제삿날이 쉬는 날이었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고 활을 쏘는 단조로운 일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부터 미리 전쟁준비를 하는

선견지명과 유비무환의 정신이 돋보였다. 4월 13일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일기에는 4월 15일에 일본

침략 사실을 원균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내용이 처음 등장한다. 본격적인 전투는 옥포 해전부터인데

전투를 치르던 시점에는 일기가 없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내용이 간략하게 나온다. 사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스릴 넘치는 장면들이 묘사될 거라 기대하기 쉽지만 일기에는 그러한 묘사가 나오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은 전투 전후의 준비과정이나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의 얘기, 나라와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걱정 등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원균과의 갈등이 일기 곳곳에 등장하는데 원균이 구체적

으로 어떤 짓을 했는지는 대부분 나오지 않고 그의 음흉한(?) 짓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요즘도

가짜뉴스가 범람하지만 제대로 정보가 유통되기 어려웠던 당시엔 온갖 가짜 소문들이 등장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고 원균의 모함과 당쟁으로 파직되어 백의종군하던 시점에는

일기가 없어 몰랐는데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하더니 얼마 있지 않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가혹한

시련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원균이 칠전량 해전에서 제대로 조선 수군을 말아먹자 선조의 울며 겨자

먹기로 8월에 3도 수군통제사로 복귀하고 9월 16일 역사에 길이남을 명량대첩의 승전고를 울린다. 

명량대첩 직전인 9월 13일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 병법서를 인용하며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그 유명한 말을 하는데 이 말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들이 사용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일기는 무술년(1598년) 11월 17일 노량해전 직전까지 기록되어 있는데 11월 19일 새벽에

전사하셨으니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전쟁사를 고스란히 담아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원래 남의 일기를 보는 건 그 사람의 은밀한 일들과 생각들을 엿보는 재미가 있는데 원균 등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잘 드러나 흥미로웠다. 사실 드라마틱한 얘기들을 기대했다면 좀 심심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전시에도 꾸준히 일기를 쓴 사실 자체가 정말 대단하고 그 당시의 상황을 이순신

장군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그 역사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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