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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평점 :
미술 관련 책들을 즐겨 읽곤 하지만 아무래도 서양미술 관련한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동양미술 아니
한국미술과 관련한 책을 본 적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그나마 최근에 여러 미술관의
전시들을 통해 우리 작가들의 작품들을 자주 만나고 있지만 대부분 최근작들인지라 고미술 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정도는 가야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서화실 등에서 우리 미술의 명작들을
간혹 보곤 했지만 제대로 된 해설 없이 보다 보니 아쉬운 적이 많았는데 이 책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우리 그림 중에서 저자 개인적으로 보물로 여기는 명작 26점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상', '현실', '역사', '보물 아닌 보물들'의 네 가지 테마로 나눠 우리 회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내가 직접 본 작품이 과연 몇 점이나 포함되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는데
확인해보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서 봤던 김홍도의 '추성부도'와
서울대박물관에서 본 '독서당계회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복제본을 봤던 '화성행행도병풍', 역시
복제본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동궐도'와 '태조어진' 정도였다. 역시나 우리 명작들은 아직
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 많았는데 주로 간송미술관이나 리움에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작품들도 1년에 3번 정도만 서화실 전시 교체를 하다 보니 볼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먼저 '이상'
편에는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로 시작한다. 처음 보는 작품이었는데 봄이 오는 소리에 귀기울이는 모습이
요즘에 딱 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인 '추성부도'는 직접 봤을 때는 몰랐던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김홍도의 남아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 한다. 김홍도의 작품은 뒤에 '병진년화첩'과
공동제작한 '고산구곡시화도병'도 등장하지만 정작 그를 대표하는 풍속화첩이 빠진 건 좀 아쉬웠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 차례에 걸쳐 풍속화첩에 실린 여러 작품들을 소개했는데 너무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오히려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이상'편엔 중국의 풍경을 담은 '소상팔경도'와 심사정의 '촉잔도' 등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김정희의 '세한도'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그림으로만 보면 좀 싱거운(?) 작품이지만 제주도에
유배가 있던 김정희에게 변함없이 중국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보내준 제자 이상적과의 특별한 사연이
작품을 더 빛낸 게 아닌가 싶다. '현실'편에선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로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반열에
오른 정선의 작품이 연이어 등장한다. '금강전도'와 '청풍계도'가 소개되는데 역시 또 다른 걸작
'인왕제색도'가 포함되지 않아 아쉬웠다. 내가 본 작품들만 피해가는 작가의 안목이 약간 서운한 점도
있었지만 오히려 몰랐던 작품들을 알게 해주니 더 좋다고도 볼 수 있었다. 윤두서의 '자화상'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도 있고 풍속화쪽에 유명한 김득신의 '야묘도추'나 신윤복의 '월하정인'도 등장했다.
'역사'편엔 아무래도 행사 장면 등을 담은 그림들이 주를 이뤘는데 태조 어진이나 최익현 초상처럼
초상화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보물 아닌 보물들에는 국내에 없어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작품과
국내에 있음에도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작품들이 나온다. 국외에 있는 작품 중엔 당연히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대표적이었고 아직 문화재 반열에 오르진 못했지만 저자가 사랑하는 조희룡의
'매화서옥도'와 장승업의 '호취도'도 만나볼 수 있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그림 중에는 불화도 많은 걸로
아는데 불화로는 일본에 있는 '수월관음도' 한 편만 달랑 등장한 점도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우리 회화의 명작들을 무더기로 만나볼 수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미리 예습한 것을
직접 감상해볼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