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 명화에 숨겨진 철학자의 시선들
이호건 지음 / 미디어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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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그림들을 소개하는 책으로 생각했다. 소크라테스가

고대 그리스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다룬 그림이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많았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는데 책 제목만 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실제 책 내용을

보니 소크라테스는 일종의 미끼(?)라 할 수 있었고 여러 주제들에 대한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해당 

주제에 관한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책에선 총 17개의 주제를 '인생'을 필두로 '사랑', '아름다움', '죽음', '철학', '자유', '실존' 등 주로

철학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이 총망라되었고 '독서'로 마무리를 한다. 대부분 한 주제당 두 개의 명화를

보여주면서 미술과 철학의 절묘한 콜라보를 시도한다. 먼저 '인생'에선 '우리가 모두 자기 인생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면서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와 

클림트의 '여인의 세 단계'를 소개한다. 두 작품 모두 다른 책들에서 본 적이 있는 친숙한 작품들이지만 

이 책에서 함께 보니 비슷한 듯 다르면서도 인간의 일대기를 압축해 담아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이 참 빨리간다고 느끼는데, 프랑스 시인 에르베 바진은 '강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른다. 세월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다'라는 절묘한 표현을 남겼다.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지만 쉽지 않은 주제인 '사랑'과 관련해선 우리 화가인 신윤복의 '월하정인'을 

소개해서 이 책을 통해 처음 보게 된 것 같은데 역시 사랑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 작품의 핵심이자 인간이 가장 욕망하는 '아름다움'과 관련해선 다른 주제와 달리 무려 네 작품을

다룬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며

이와 비교되곤 하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전통적인 미를 다루었다면 모딜리아니의

'잔느 에뷔테른느'와 실레의 '무릎을 구부려 앉아 있는 여인'은 모두 자신의 연인을 그려 그들만의 독특한

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과연 '아름다움'이 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이렇게 대부분

이미 본 적이 있는 명화들을 등장시켜 철학적 주제들을 좀 더 쉽게 풀어낸 책이었는데 조지 프레드릭

왓츠의 '희망'과 같이 이 책을 통해 처음 본 것 같은 그림들도 몇 점 있었다. '희망'은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와 같은 흑인 지도자들에 강렬한 영감을 줬다고 하니 그림이 새롭게 보였다.

이 책에서 그림을 빼고 철학적인 주제만 다뤘다면 훨씬 읽기가 쉽지 않은 그야말로 철학책이 될 뻔 

했는데 명화를 적절히 활용하여 명화 감상은 물론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게 해줘서 미술과 철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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