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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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최신작

얼마 전에 읽은 '하드보일드 하드럭'에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살아남은 사람의 슬픔을 그리고 있다면

이 책도 엄마의 죽음 이후 살아남은 아버지와 딸의 얘기를 하고 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사라진 아버지는 외모와 행동 모두 독특해

'아르헨티나 할머니'로 불리는 유리씨와 동거하고 있었다.

엄마를 잃고 난지 얼마 되지 않은 딸 미쓰코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여자 중에서 그것도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니...

 

하지만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미쓰코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녀의 집에서 행복해 하는 아버지를 보고

엄마의 빈 공간을 완벽하게(?) 채워 준 유리씨의 존재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감을 느낀다.

엄마의 부재는 분명 슬픈 일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까지 슬픔 속에서 계속 허덕일 수는 없으니까...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엄마의 빈 공간을 차지하면서

썰렁했던 부녀 관계도 풍요(?)로워진다.

아버지가 엄마가 죽고 외롭고 혼자 살고 있었으면

미쓰코는 늘 맘 속 한 구석에 무거운 짐을 진 채 살아가야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딸인 자신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의 빈 자리는 사람으로 채워야 하는 법이니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에선 늘 부재의 아픔과 함께

이를 치유하기 위한 새로운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목에 속아

전작인 '불륜과 남미'를 연상했었지만

이 책은 '하드보일드 하드 럭'과 많이 닮았다.

장편소설이라 주장하지만(?) 장편같지 않은 이 책도

그녀의 주특기인 짧은 글 속에 긴 뒷 여운을 남겨준 것 같다. 

그녀의 진정한(?) 장편소설도 만나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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