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역사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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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의 방송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하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 이 책도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의 내용 중 사건 중심으로 정리해서 출간한 책인데 사실 TV를

잘 안 보다 보니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 책에선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 걸프전까지를

총 13개의 챕터에 걸쳐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는 2개 챕터를 할애하는데 여러 책들을 통해 이미 무수히 접했기 때문에 과연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펴봤다. 그리스 신화에선 제우스의 못 말리는 바람끼가 핵심 소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책에선 그의 바람이 권력 확장과 유지를 위한 이유 있는 것이라는 변명을 해준다.

역시 뺴놓을 수 없는 영웅들의 모험담이 이 책에서도 소개되는데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테세우스삼대장의 활약상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헤라클레스가 수행한 12과업은 신화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면서도 헤라클레스의 발자취가 그리스의 진출 루트를 기록으로 남겨둔 것이라고 평가한다.

테세우스와 관련해선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고 귀환하는 길에 돛의 색깔을 바꾸는 걸 깜빡해 아버지인

아이게우스가 자살을 했다고 알려진 부분이 사실은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제거하여 친부 살해의 신화적

전통을 인간 세계에 재현한 것이 아니냐는 흥미로운 해석도 내놓았다. 트로이아 전쟁은 헬레네와 

파리스의 불륜이 발단이 된 것인데 파리스도 유부남이었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다. 여자 하나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는 게 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지만 이 책에선 트로이아와 정상적인 교역이 불가능했던

그리스가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으로 전쟁을 선택하고선 이를 정당화하고 미화하기 위해 신화적

얘기를 덧입힌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고 소개한다. 동양 최고의 고전 소설 중 하나인 삼국지도

두 챕터를 할애하는데 항상 논란이 되는 조조의 실체와 관련해선 그의 악명을 드높인 '여백사 사건'이

사실 여백사의 가족이 조조를 죽이려했고 조조는 살아남기 위해 정당방위를 했다는 '위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적벽대전도 삼국지연의에선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지만 과장된 거란

입장을 취한다. 


코로나로 다시 주목받는 페스트와 관련해선 몽골군의 세계 최초의 '바이오 테러리즘'이라고 하면서

페스트 초기에 마녀들이 사실상 의사 역할을 했음에도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고 얘기한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는데 예상 외로 싱겁게 일본의 승리로 막을 내린 두 전쟁의 원인과

과정, 결과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때부터 트렌츠코트와 손목시계가 유행하게 된 얘기나

공군의 등장 등을 알 수 있었고, 대공황과 관련해선 히틀러와 루스벨트의 과거를 바라보는 달랐던 자세가

결국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만들었다. 핵폭탄, 냉전 시대, 걸프 전쟁까지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잘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 세계사의 큰 흐름을 잘 정리할 수 있었다. '벌거벗은'이란 표현을 써서 좀 더 

적나라한 내용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른 세계사 책들에선 잘 다뤄지지 않는 부분이나 몰랐던

내용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기회가 되면 TV 프로그램에선 어떻게 내용들을 다루는지 시청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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