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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평점 :
나이가 들수록 머리숱이 점점 적어져서 머리가 휑해지는 기분이 들고 신경이 쓰인다. 많은 남성은 물론
일부 여성들도 탈모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그만큼 머리카락이 가지는 의미가 그 사람의
외모나 분위기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씨크릿우먼 헤어웨어 창립 20주년
기념 작품이라고 하는데 씨크릿우먼은 좀 생소해서 찾아보니 여성용 가발업체였다. 각종 분야별로
인류 역사 속에서 의미를 정리한 책들을 종종 만나곤 했는데 머리카락과 이에 대한 치장의 역사를 별도로
다룬 책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어서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신화와 전설, 혁명과 연애, 전통과 자유라는 세 부분으로 나눠서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머리
카락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자신의 머리카락에만 만족하지 않고 가발, 가체
등을 사용하여 머리를 단장해왔다. 그리스 신화는 물론 슬라브 신화와 켈트 민담 등 여러 신화와 전설
속 인물들의 머리 얘기가 다뤄지는데 아무래도 나무로 변신한 다프네나 뱀 머리(?)를 자랑하는 메두사
등의 그리스 신화 속 얘기들이 친숙했다. 니소스 왕의 보랏빛 머리카락 얘기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얘기와도 유사했다. 성서로 넘어가면 아마도 삼손의 머리카락 얘기가 가장 유명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선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머리카락으로 인한 비극을 함께 다룬다. 삼국사기의 얘기도 꺼내는데 고구려
중천왕때 궁중 암투극의 주인공인 관나부인은 머리카락이 구척(약 272㎝)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림
형제의 동화로도 유명한 라푼젤도 빼놓을 수 없는 한 머리카락 하는 캐릭터였다. 고대 이집트에서 가발이
유행한 건 혹독한 무더위와 심한 모래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생존법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머리 치장은 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곤 했는데 이 책에선
동서양의 미인의 조건이 머리 모양에 있었다고 보았다. 최대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풍만하며, 가급적
높이 치솟은 상태로 치장해서 가늘고 긴 머리카락을 어떻게 장식하는지가 중요했다. 이 책을 통해 과거
유행했던 헤어스타일들도 알 수 있었는데 루이14세의 마음을 사로잡은 퐁탕주 스타일의 창시자 퐁탕주
백작부인이나 개화기에 유행했던 미미가꾸시, 히사시가미, 빨강머리 앤의 피그테일이나 제임스 딘,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하는 스타일을 모방한 덕테일 등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대를 풍미했던
햅번 스타일이나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키 스타일 등도 놓칠 수 없는데 이 책은 머리카락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고 어떻게 장식 등을 해왔는지 그 변천사를 잘 정리해놔서 머리카락의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