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장식하는 공공미술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살펴본 책

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미술에 나름 관심이 있어 미술관을 즐겨 찾곤 하는데 꼭 미술관에 가야만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종종 건물 앞에 각종 조각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들을 만날 때도 가끔 있다. 이 책은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공미술 작품

들을 살펴보면서 작품들의 의미와 우리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공공미술 이야기, 건축 이야기, 역사 이야기, 새로운 공공미술로 나눠 얘기를

들려준다. 거리의 조형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동상과 조각 등 정부 주도의 기념 조형물과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라고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신축, 증축할 때 건축비의 1%를

미술품에 쓰도록 하여 설치된 미술품, 서울시의 '서울은 미술관'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작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건물마다 각종 조각 등이 설치되어 있는 게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사실상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본격적으로 1장에선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 공공

미술품들을 소개하는데 광화문 흥국생명 앞 '해머링 맨'은 서울역사박물관쪽으로 가다가 우연히 봤을

때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청계광장에 있는 '스프링'은 소라인지 다슬기인지 논란의 작품인데 

무엇보다 작가인 클래스 올덴버그가 청계천에 한 번 와보지도 않고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아직 직접 못 본 작품들도 많았는데 여의도 IFC 서울 앞의 '조용한 증식', 포스코센터 앞의

'꽃이 피는 구조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의 '그림자의 그림자' 등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찾아가

봐야 할 작품이라 할 수 있었고, 대부분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 사이에 광화문광장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충무공이순신장군상도 다뤄져서 좋았던 것 같다.

2장에선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는 건축물들이 등장하는데 나의 최애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용산기지 뒷문을 열어 뮤지엄 길이 만들어지길 희망했다. 울릉도의 랜드마크라는 코스모스 리조트나

돈보다 사람과 예술을 더 중시한 건물주의 철학이 빛난 아모레퍼시픽 본사, 특이함으로는 압권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등 건물 자체에 매력이 넘치는 작품들을 소개했다. 3장에선 건물들과 관련한 흥미로운

역사들을 들려주는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일제강점기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라고 하고, 박정희 시대

체제 경쟁의 산물인 세종문화회관과 급조된 불통의 아이콘으로 건축가의 의견을 무시한 누더기 건축물

국회의사당, 자주 들리면서도 건축으로서의 진가를 몰라봤던 예술의 전당까지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4장에선 노량진 오피스텔의 '경계의 숲', 서울로7017의 '윤슬', 중량 용마폭포

공원의 '타원본부', 녹사평역의 '지하예술정원' 등을 살펴보면서 공공미술이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미술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적극적인 의견 반영이 이뤄져야 진정한 가치를 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에만 관심을 가졌던 걸 반성하게 되었는데 거리에서 그냥

무심코 지나쳐버린 공공미술품들의 의미와 역할을 재발견함과 동시에 공공미술이 어떻게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