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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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였던 안나의 부탁을 받고 경북 외딴 곳에 있는 한 마을을 찾아 간 케이는 안나가 있다는 살기가 

넘쳐나는 이상한 주택을 찾아 간다. 뇌동맥류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안나는 케이에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마리라는 여자 아이를 마을에서 데리고 나가 키워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침입자들'에 이은 정혁용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책은 몸 자체가 살인병기인 케이가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집안 싸움에 말려들면서 벌어지는 화끈한(?) 살육전을 그리고 있다. 마약, 매춘, 도박으로 한

마을을 완전히 자신만의 왕국으로 만들어 살아가는 집안에서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손자들 사이의 아귀다툼이 벌어지는데 할머니에게 고용된 안나의 부탁을

받은 케이가 할머니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살벌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케이를 시험하는 무수한 도전이

이어진다. 막강한 전투력을 선보인 케이를 서로 자기 편으로 영입하려고 혈안이 되지만 케이는 오로지

안나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택 내에서 직원들이 한 명씩 목이 

잘려 전시되듯 연쇄살인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 저택과 이 마을에선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다

보니 나름 한 가닥 한다는 인간들이 우글거리지만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무모하게 케이를 얕보고 덤볐다가 여러 사람들이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되자 저절로 케이의 몸값이

천정부지를 치닫게 되는데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가족들 사이의 죽고 죽이는 결전의 날이 서서히 

다가오는데...


사실 현실감이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겐 드문 스타일의 작품인지라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지

궁금했는데 케이가 워낙 압도적인 능력자이다 보니 웬만한 실력으로는 상대가 안 되었다. 혼자서 98명의

콜롬비아 마약 조직을 상대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니 케이가 누구 편에 서는지에 따라 승부가 정해진다고

할 수 있었는데 할머니와 손자들의 콩가루 전쟁은 배신의 연속 끝에 좀 허무한 결말을 맞고 말았다. 

잠시 쉴 겨를 없이 내용이 전개되다 보니 금방 마지막 장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영상화하면 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피 튀기는 치열한 살인게임에 참여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는데 작가의 전작인 '침입자들'도 충분히 스릴 넘치는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 

기대가 된다. 장르소설이 여전히 천대받는(?) 우리 소설 환경에서 오랜만에 하드보일드 누아르 스타일의

매력적인 작품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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