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잊어야 하는 밤
진현석 지음 / 반석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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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만큼 불완전한 게 없음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고 '메멘토' 등 이를 소재로 한 수많은 문화 

콘텐츠가 범람해서 기억을 가지고 장난치는(?) 작품들은 더 이상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는데

이 책에선 택시운전자, 대학생, 경찰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기이한

여정을 보여준다.


여수에서 서울 가자는 손님을 태운 택시운전사는 손님이 몸 상태가 안 좋아 어찌할 줄 모르는 당황스런

상황을 겪게 되고, 대학생은 친구 누나가 하는 고깃집으로 가던 도중 실종된 아들을 찾는 전단지를 

나눠주던 아주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택시 손님이 피를 흘리면서 정신이 오락

가락하자 택시운전사가 119에 신고전화를 하지만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한 손님은 뜬금없이 여수의 한

정육점으로 와 달라는 이상한 대답을 하고, 119가 신고장소로 가보니 아무도 없어 허탕을 치자 장난

전화가 아닌지 현장을 조사하라 간 강 형사는 골목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고

감식반을 부르지만 정작 쓰레기 더미는 사라지고 만다. 피를 흘리며 위독한 상태로 보이던 손님을 싣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지만 이미 손님은 사망한 상태여서 택시운전사는 그냥 차를 돌리고 이러한 택시의

수상한 운행을 대학생은 목격하게 되는데...


이렇게 초반부터 세 명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점점 이들 사이가 얽히고 

설키면서 사건의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외국 스릴러나 호러물에는 간혹 이 정도 수위가 나오지만

국내 작품에서 이 정도의 하드고어(?) 스타일을 선보이는 작품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살인이 난무하는 건 뭐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면 종종 있지만 죽은 사람의 인육을 식당에 납품하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기는 쉽지 않은데 등장인물들의 기억 자체가 왠지 왜곡된 느낌이 들다 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혹시 환각(?)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작품들을 종종 만나다

보니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긴 했는데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듯 싶었지만 

마지막에 또 뒤통수를 치면서 혼란을 일으키며 찝찝한 여운을 남겼다. 아마 저자의 첫 작품인 것 같은데

좀 마무리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지만 파격적인 내용으로 토종 미스터리에서도 충분히 센 내용이 

가능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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