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인 더 뮤지엄 - 음악이 보이고 그림이 들리는 예술 인문 산책
진회숙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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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은 예술의 양대 산맥(문학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이라 할 수 있는데 완전히 별개의 

분야처럼 여겨지지만 상당한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서양 미술과 음악계에서

서로 연관된 작품들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주는데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라는 초판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초판을 읽어보진 않았지만(개정판에서 상당 부분 내용을 새로 쓰고 보완했다고 

한다) 제목만 보면 개정판이 훨씬 세련된 느낌이다.


총 4장에 걸쳐 음악과 미술의 앙상블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개인 사연을 중간중간에 곁들여 한층

재미를 더해 준다. 먼저 '전통을 창조적으로 파괴한 현대 예술'이란 테마로 우연성의 음악의 선구자인

존 케이지와 불확정성의 원리에 입각한 액션 페인팅으로 명성을 얻은 잭슨 폴락을 나란히 비교한다. 

우연을 넘어서 피아노를 학대한(?) 존 케이지와 피아노를 파괴한(?) 백남준은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았고, 미니멀리즘으로 유명한 미술가와 음악가들이 소개되는데,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은 같은 

멜로디를 13시간 80분 동안 무려 840번이나 반복해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했다. 20세기 예술의 혁명가

로는 음악에 스트라빈스키가 있다면 미술에 피카소가 있었고, 팜므 파탈의 대명사인 살로메를 다룬 

미술과 음악을 소개한다.


음악과 미술은 서로 영감을 제공해주는 원천이 되기도 했는데 보티첼리의 '봄', '비너스의 탄생', '동방

박사의 경배'에서 영감을 얻은 오토리노 레스피기는 '세 개의 보티첼리 그림'이라는 관현악곡을 작곡

했고, 라울 뒤피는 모차르트, 드뷔시, 바흐에 헌정하는 그림들을 그렸다. 음악가를 그린 그림이야 말로 

두 분야의 관계를 보여주는 거라 할 수 있는데 외젠 들라크루아의 '쇼팽과 상드의 초상'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인상주의가 미술계를 풍미했다면 음악계의 인상파는 드뷔시라 할 수 있고, 우키요에가

미술계를 매료시켰다면 푸치니는 동양의 기법을 차용해 '나비부인'과 '투란도트'라는 걸출한 오페라를

남겼다. 종교적인 주제도 음악과 미술의 주된 재료라 할 수 있는데, 최후의 심판을 다룬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베르디의 레퀴엠 '진노의 날'이 절묘하게 대비되었다. 이렇게 음악과 미술을 넘나들며 여러 

작품들에 얽힌 사연들을 들려주는 이 책은 저자가 음악 전공자라 미술쪽 얘기까지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두 분야를 모두 전공한 사람처럼 능수능란하게 두 분야를 잘 엮어내 그야말로 음악과 

미술의 환상적인 콜라보를 보여주었다. 이번 개정판이 아니었으면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만나보지 

못했을 뻔했는데 음악과 미술 두 분야에 모두 관심 있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시간을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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