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레이엄 그린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반다인 등 고전 

추리소설 대가들이 맹활약하던 1930년대 이후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을 내놓아 '21세기'라는 장르의

최고 작가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미국 추리작가협회와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선정한 추리소설 100선에 모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어서 과연

어떤 작품일지 기대가 되었다.


제목에도 등장한 브라이턴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지역 내 나름 활약(?)하고 있는 폭력 조직의 보스인

한 소년이 살인혐의를 숨기기 위해 벌이는 은폐 공작과 이에 맞서 피해자와의 짧은 인연을 기억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아이다라는 여자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헤일이라는 남자가 브라이턴에 

와서 소년의 조직이 자기를 죽일 거라 생각하고 계속 피해다니다가 아이다를 만나지만 그녀가 잠시 

씻으러 간 사이 그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한편 소년은 자신이 완전범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식당 여종업원 로즈가 알고 있자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구슬리기 시작한다. 느와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범죄를 숨기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로즈와 결혼을 하기로(당시 아내에겐 진술을 

강요하지 못한다고 한다) 마음 먹은 소년과 헤일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이다를 

번갈아가면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로즈나 아이다를 없애버리면 간단히 해결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줄다리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소년이 살인범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소년에게 빠져 결혼을 하려는 로즈였다. 물론 로즈가 처한 열악한 환경에서 거짓이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소년에게 반응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점점 늪에 빠지듯 소년의 위험한 

불장난에 휘둘리는 로즈의 모습을 보기가 아슬아슬했다. 아이다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압박을 

받던 소년은 결국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데...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쫓는 아이다와 도망치려는 소년의 줄다리기는 중간에 낀 로즈가 소년의 편에서

정신 못 차리는 행보를 보이면서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자신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존재를 없애려

마음 먹은 소년의 마지막 발악과 이를 막으려는 아이다의 치열한 대결은 조금은 어이없는 결말로 막을 

내리는데 마지막의 로즈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장르적 성격의 작품

과는 사뭇 결이 다른 작품이었는데 단순히 추리소설 내지 스릴러라고 단정짓기에는 뭔가 다른 진지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레이엄 그린과는 첫 만남이어서 아직 그의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동안 몰랐던 대가를 새롭게 알게 되어 의미가 있었는데 기회가 되면 이 작품으로 만든 

영화를 보면 좀 더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