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로서 끊임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는 화수분 작가라

할 수 있는데, 나도 '용의자 X의 헌신'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해마다 한 권 이상씩은 읽을 정도로 친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좀 뜸한 편이긴 하지만 그와의 질긴 인연은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에는

예전에 출간되었던 책들이 새로 단장해서 출간되는 추세에 전에 읽지 못했던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 총 7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초기작이라 그런지 좀 풋풋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았다. 먼저 '작은 고의'는 학교에서 떨어져 죽은 친구의 죽음이 자살로 처리되자 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제목 그대로 작은 고의 내지 악의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다음 작품인 '어둠 속의 두 사람'은 갓난아기인 남동생이 살해당한 남학생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구미 모녀 사건을 능가하는 제대로 된 막장을 선보였다. 저주받은 오이디푸스에

비하기는 좀 그렇지만 자기가 뿌린 씨가 낳은 충격적인 결과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았다.

'춤추는 아이'는 학교 빈 체육관에서 혼자 리듬체조 연습을 하는 여학생을 몰래 엿보면서 연정을 키워

가던 남학생의 얘기인데 자신의 마음을 은근히 전하려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비극을 초래하게 

되어 참 안타까웠던 작품이었다. '끝없는 밤'에서도 과거의 아픈 사연을 간직했던 여자가 트라우마를

불러올 상황에 처하자 얼떨결에 저지른 사건을 다루고, '하얀 흉기'에선 죽은 남편이 남기고 간 아이를

유산하게 만든 원수(?)들에 대한 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를 담고 있는데 스모커들이 좀 뜨끔할 얘기였다.

'굿바이, 코치'에서는 불륜남의 변심을 눈치챈 여자가 미리 남겨놓은 기발한 선물(?) 얘기가, 마지막

작품이자 책 제목과 동명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선 사건 당시와 현재를 넘나들며 모호한 사건의

진실을 놀라운 반전으로 뒤통수를 훅 쳤다.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담겨 있어 골라 먹는 재미를

즐길 수 있었는데, 역시나 어떤 얘기도 자유자재로 버무려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솜씨를 새삼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단편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