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족을 끔찍하게 죽인 범인의 정체를 밝히려는 모든 걸 기억하는 남자의 분투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미식축구 선수로 NFL 경기에서 상대 팀 선수와 충돌해 두 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에이머스 데커는 이후

과잉기억증후군으로 모든 걸 기억하는 남자가 된다. 경찰이 되어 오랜 잠복근무 후 집으로 돌아가니

아내와 딸, 처남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걸 발견하게 된 데커는 폐인이 되어 살아가던 중 2년만에

자신이 데커의 가족들을 죽인 범인이라며 한 남자가 자수를 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책은 오래 전부터 내가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작품이라 책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가 이번에

설 연휴를 맞이해 드디어 손에 잡게 되었다. 책 제목이 예전 노영심의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를 

떠오르게 했는데 데커가 가진 특별한 능력은 범죄수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었지만 그 자신에겐

끔찍한 고통마저 잊을 수 없게 만들어 그리 좋은 능력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가족을 잃은 충격에

헤어나지 못하고 간신히 삶을 이어가던 데커에게 난데없이 가족을 죽였다는 범인이 자수를 하자 그가

진범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몰래 그를 찾아가고, 세븐일레븐에서 자신이 그를 무시해서 데커의 가족을

몰살시켰다는 황당한 대답을 듣게 된다. 상태가 안 좋은 범인의 뜬금없는 자수에 뭔가 의도가 있음을

직감한 데커는 다시 가족들을 죽인 범인과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서지만 범인은 마치 데커가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내다본 것처럼 그에게 계속 메시지를 남기는데...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과는 정반대로 모든 걸 기억하는 데커에게 가혹한 짓을 한 범인의 정체는 결국

그가 어렵사리 자신의 과거를 추적해나간 결과 드러난다. 자신을 무시했다는 그런 황당한 이유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고 정말 그런 이유로 가족을 잃게 된 거라 충격적이었는데 딱 영화 '올드보이'가

떠올랐다. 무심코 한 말 때문에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했던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데커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인해 범인에게 원한을 사게 되어 처절한 복수를 당하게 되었다. 데커 

입장에선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는데 범인이 겪은 파란만장한 일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요즘 배구계가 학폭 폭로로 시끄럽지만 세상에는 정말 나쁜 짓을 하고

멀쩡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이 많다 보니 피해자들의 원한을 푸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데커처럼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튀는 수도 있지만 결국 가해자들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사회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사연 많은 주인공 데커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특별한 능력을 활용하여 범인을 밝혀나가는 재미가 정말 솔솔했다.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도 되었는데 아직 봐야 할 시리즈가 여러 권 있다는 데

위안을 삼으며 어서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