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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유골과 함께 땅에 묻혔다가 간신히 살아난 테사. 그녀를 죽음의 공포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범은 다행히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18년째 복역 중이지만 범인이 누명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테사는 혼란에 빠진다. 게다가 자신이 묻혀 있던 공동묘지에 흐드러지게
폈던 블랙 아이드 수잔을 집 창밖에 누군가 심어놓기까지 하자 범인이 다시 나타난 게 아닌가 하면서
두려움에 떨게 되는데...
공동묘지에 묻혔다가 혼자서 살아남은 테사에게 18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추적하는 얘기인데 테사가 묻혔던 공동묘지에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는 꽃들이 만발해서
책 제목도 꽃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때는 꽃 이름이 아닌 주인공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테사와 함께 묻혀 있던 희생자들도 블랙 아이드 수잔이란 이름으로 불리면서 늘 테사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도 나름 극복해서 딸 찰리와 함께 살고 있던 테사에게
과거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범인이 진범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며 피해자들의 DNA 등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테사도 자신의 기억이 맞는 건지, 연쇄살인범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수감 중인 것은 아닌지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1995년 사건 발생 후 의사와의
지겨운 상담과정을 거치면서 주로 의사와 테사가 주고받는 대화 내용과 18년 후인 현재 테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을 번갈아가며 그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밝혀내가는데 현재에선 발달한
DNA 검사 기술로 다른 피해자들의 신원을 밝혀내는 작업에 진척을 보이지만 누군가가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으며 주변을 맴돌고 있어 점점 분위기가 고조된다. 사건 이전 절친이었던 리디아와의 얘기가
종종 등장해 엉뚱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는데 막연했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자 헤어졌던 찰리의
아빠가 난데없이 등장하고 수감된 범인의 무죄 증거를 찾으려는 변호사 빌과 테사는 묘한 관계에
빠지게 된다. 2부로 들어서면서 1995년의 재판에서 증언 장면과 범인의 사형집행일이 다가오면서
사건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직감대로 리디아가 사건의 핵심 인물이기는 했는데 내가 예상했던
그런 방향과는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여성 작가의 섬세한 심리 스릴러 작품이라 그런지 과거와
현재의 테사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다 보니 과연 진실이 뭔지 알기 어려웠는데 테사 스스로도 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암튼 전혀 뜻밖의 진실에 좀 붕 뜬 기분도 들었는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름 쫄깃쫄깃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