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납치한 남자를 쫓아 사이비 종교단체에 찾아가서 벌어지는 야단법석

광신도들 ㅣ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20년 10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딸 주디와 외손녀 헤이즐과 함께 살고 있던 해리 필드 교수는 주디와 헤어진 헤이즐의 친부 올리버 

퀸이 주디가 없는 사이 찾아와 잠시 딸을 놀이터에 데려가 놀다 오겠다고 하자 설마 친아빠가 무슨 

일을 저지를까 하는 안이한 생각에 이를 허락한다. 그러나 올리버는 바로 헤이즐을 데리고 사라져버리고

한참 시간이 지나도 올리버가 헤이즐을 데리고 돌아오지 않자 해리필드는 비로소 외손녀가 납치되었음을

깨닫게 되는데... 

제목부터 광신도들이라 또 무슨 종교 얘기냐 싶었지만 단순히 종교만의 문제를 거론하는 작품이 

아니었다. 맹신과 맹목적 복종은 흔히 종교의 전매특허지만 종교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특히 요즘 나라 꼴을 보면 종교를 뛰어넘는 광신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 책에선 올리버가 친딸인 헤이즐을 허락도 없이 맘대로 납치해가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아이를 전혀 원하지 않았던 올리버는 주디와의 불장난은 즐기다가 주디가 덜컥 임신을 하자 나몰라라

하면서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주디가 출산할 때 느닷없이 나타나 아빠 노릇을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사라지는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인 인간인데 주디가 흑인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하자 자기 딸을 흑인

아빠 밑에서 키우게 둘 수 없다며 어리숙한(?) 할아버지 해리 필드에게서 딸을 빼돌려 달아난다. 그가

가는 곳은 자칭 신이라 칭하는 밀러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단체로 주디의 남자친구 데이비드가 올리버가

숨어들어간 밀러 농장을 찾아 나선다. 기어이 자신을 찾아내 쫓아온 데이비드를 없애려 올리버는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닉 포스터와 모종의 계략을 꾸미지만 밀러 농장의 명사수인 제리크 루머는

이를 간파하고 그의 계략을 방해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데이비드는 주디의 딸 헤이즐을 구출해오지만 고난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제이크와

닉이 개최(?)한 인민법정에서 재판을 받아 유죄선고 받고 섬에 유배되었다가 간신히 탈출하지만 여자

땜에 자신이 왜 이런 고생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정신적 지주를 잃어버린 닉은

복수를 결심하며 해리 필드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좀 모자란 닉을 타일러 해리가 닉을 데리고 밀러 농장에

찾아가지만 정상이 아닌 닉의 폭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 책에선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얘기들을 들려줘서 여러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어떻게 교주와 광신자 집단이

생성되고 맹목적인 인간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자기

인생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 책이나

작금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광신도들이 꼭 특별히 이상한 인간들만 그러는 게 아니라 주변의 평범해

보이는 인간들도 얼마든지 광신도로 변신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