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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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쉬지 않고 전쟁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그나마

전쟁이 적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무력에 의한 전쟁을 말하는 것일 뿐 이 책에서 다루는 무역

전쟁은 오히려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선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을 정리하고 

있는데 무력전쟁만 전쟁으로 인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무역전쟁이 작게는 왕조의 흥망에 영향을 미쳐 수십 년간 지역정치의 판도를 뒤흔들고, 크게는 

인류 문명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었다는 얘기는 조금은 생소한데, 이 책에선 대표적인 예로 명나라의 

'호시무역'과 대항해시대의 '향료무역',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관세전쟁'을 예로 들고 있다. 이러한

무역전쟁의 근본적 원인은 비교적 먼저 발전한 나라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덤핑을 무기 삼을 수 

있고, 발전이 느린 나라는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나라마다 경제발전의 수준과

사회제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역으로 얻는 실제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국가 간의 적대적 관계, 패권의 교체, 이익집단의 입김이 무역전쟁의 원인이

되곤 했는데, 이 책에서는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을 시대순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1부에선

춘추전국시대부터 대항해시대까지 왕조의 흥망을 좌우한 무역전쟁을, 2부에선 대륙봉쇄부터 대공항

까지 전 세계 패권을 뒤흔든 무역전쟁을, 3부에선 제2차 세계대전부터 미중 무역전쟁까지 바로 오늘의

무역전쟁을 다룬다. 아무래도 저자가 중국인이라 그런지 중국이 개입된 사건들이 많았는데 첫 번째로

춘추시대를 제패한 제나라의 비밀이 바로 무역전쟁에 있음을 알려준다. 제나라 환공을 최초의 패왕

으로 만든 관중이 이웃 나라가 병기나 노호를 만드는 데 올인하도록 유도한 후 식량을 무기로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모습은 무역전쟁의 효시라 할만 했다. 향료무역은 대항해시대를 열게 만든 중요한

사건으로 대항해시대 이전에는 베네치아가 향료무역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십자군을 조종하기까지 

했는데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시장쟁탈전을 벌이게 되지만 그만큼

향료가 흔해지면서 향료무역이 쇠퇴해지게 되었다. 17세기에 네덜란드가 잠시 패권을 차지하지만 

영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영국이 패권국이 된다. 영국과 앙숙인 프랑스는 나폴레옹이 등장하면서

유럽 전역을 석권하지만 영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대륙봉쇄 작전을 쓰지만 영국보다 프랑스가 점령한

나라들이 더 피해를 입자 결국 러시아가 이에 따르지 않고 이를 응징하려던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미국 남북전쟁도 일종의 무역전쟁이라 할 수 

있었는데 거창하게 노예해방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상공업이 중심인 북부와 농업이 중심인

남부 사이에 관세나 노예제 등을 둘러싼 경제전쟁이라 할 수 있었다. 대중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이 아편을 밀매하면서 일어난 아편전쟁은 물론 대공항에서 벗어나려고 미국이 만든 스무트 홀리 

관세법은 다른 나라들이 연이어 보복성 수입관세를 부과하며 관세전쟁을 일으켜 제2차 세계대전을

더 촉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쟁에 중국이 참전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 봉쇄를

하지만 중국이 소련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실효성이 없게 되었고, 냉전시대에는 석유와 식량을 

바탕으로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뤘다. 일본이 단숨에 세계 2위 부국으로 성장하자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일으켜 일본에 '잃어버린 10년'을 안겨주었고, 바나나와 철강을 두고

미국과 EU가 무역전쟁을 벌이는 등 요즘은 무력전쟁보다는 오히려 무역전쟁이 전쟁의 기본이 된 것

같았다. 이렇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15번의 무역전쟁으로 정리한 이 책은 그동안 

간과했던 부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었는데 요즘처럼 경제가 최우선인 세상에서

세계사를 새로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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