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강석기의 과학카페 9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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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과학자가 아이들의 가장 선망의 직업이어서 나도 그 대열에 참여했는데 상급 학교로

진학을 해가면서 과학과는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과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가끔씩 과학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들을 채우고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발표한 과학 에세이 80여 편 중 일부를 골라 업데이트한 것으로

과학의 여러 분야에 걸쳐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 거라 기대가 되었다.


먼저 요즘 대세인 바이러스 얘기로 포문을 여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들어온 사연부터 들려

준다. 가장 유력한 침투 경로는 북한을 통해서지만 아프리카 출신인 이 바이러스가 한반도까지 이른

경로를 추적하면 멀리 명나라 시대 정화의 대원정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요즘 대세인 코로나와 

관련해선 작년에 처음 등장한 게 아니라 1967년에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고 한다.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들의 모습이 왕관처럼 보인다고 해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남성 치명률이 두 배 가까이 높은 이유로 흡연, 성호르몬, 성염색체의 세 가지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코로나19가 계절을 타는지, 백신이 언제쯤 나올지 등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룬 다음 '핫 이슈'로 넘어간다.

'핫 이슈'라고 해서 뭔가 싶었더니 아마 과학계의 '핫 이슈'인지 블랙홀, 스마트창(상황에 따라 투과하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창), 양자컴퓨터(양자역학에 기반해 작동하는 컴퓨터), 호주 산불과 지구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파트 3부터는 건강 의학, 신경과학, 심리학, 생태, 환경,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분야별 여러 흥미로운 주제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일상적인 소재인

동시에 상당히 전문성을 띄는 지식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백내장과 녹내장이 발생하는 이유나 고혈압

예방에 유산소운동이 좋은 진화론적 이유 등 건강과 관련한 과학 정보나 4시간만 자도 충분했다는 에디슨처럼 적정 수면시간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사실, 마약으로 널리 알려진 LSD가 치료제

역할도 한다는 점, 숲을 늘리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이며, 노이즈캔슬링이

각광받는 기술이 되고 있다는 등 그동안 잘 몰랐던 과학 지식을 잔뜩 흡수할 수 있었다. 부록으로는

작년에 타계한 14명의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에 알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그들의 업적을 보니 충분히 부록에서 그들을 추모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장수도 그들의 공통점

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그리 녹록한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소원했던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과학도 역시 어떤 방법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해의 폭이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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