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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
사이먼 L. 루이스.마크 A. 매슬린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며 지구상의 폭군으로 인간이 군림한 지도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이 책의
제목대로 사피엔스가 지구별을 장악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이러한 시대를 별도로 '인간세'라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검토하면서 인류의 역사를 차근차근 살펴보는데 최근에 본 책들에
비하면 상당히 학문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지질시대의 구분은 학교 다닐 때 배웠지만 이젠 어렴풋한 잔상만 남아 있는데 지금은 신생대 4기
홀로세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에 굳이 '인류세'를 넣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역사책을 자기 스스로 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인간이 지구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보니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할 수 있었다. 특히 환경 문제를 비롯해 지구의 생존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보니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데 이 책에선 먼저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네 가지 큰 전환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먼저
농경은 최초의 에너지 혁명이라 보는데 이 부분은 대대수가 인정하는 부분이라 그리 놀랍지 않았지만
다음으로 16세기 초반 대항해시대가 개막되면서 다른 지역을 식민지화하고 최초로 세계화된 경제를
창출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부각된 측면이 있었다. 화석 연료 사용을 바탕으로 한 산업혁명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고, 세계 2차 대전 이후를 '거대한 가속'이라 칭하며 네 번째 전환기로 평가한다.
지질학자들이 뜬금없이 인류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유로는 인간 행동이 환경 조건을 변화시켰다는
증거와 종교적인 이유, 인간 활동이 앞으로 지구에 미칠 영향을 들고 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는데, 초기 인류의 진화 단계를 이족 보행, 석기의 사용, 뇌가 커짐, 문화의 발전으로
분류하였고, 호모 사피엔스가 확산되자 거대 동물의 대량 멸종사태가 벌어지면서 인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농경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져 다음 빙하기를 연기시키면서
수천 년에 걸쳐 기후가 안정되는 기간을 만들어냈다. '콜럼버스 교환'으로 인해 농업과 인류의 식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고,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시작된 두 번째 에너지 혁명은 사람들에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시켰지만 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에너지상의 전환 두 번과 사회조직상의 전환 두 번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인류세의 시작 시점을 1610년
오르비스 스파이크를 제시한다. 이때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았던 시점으로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활양식이 수렵채집 사회, 농경사회, 상업
자본주의, 산업 자본주의, 소비 자본주의를 거쳐왔는데 앞으로 현재의 소비 자본주의 생활양식이 계속
발전할 것인지, 붕괴될 것인지, 새로운 생활양식이 등장할 것인지를 논하면서 마무리를 지으며 지구를
지배하는 인류를 저자는 '호모 도미나투스'라고 명명하기까지 한다. 이 책을 보면 '인류세'란 용어가
필요할 정도로 인류가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잘 알 수 있지만 기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류세의 앞날이 결정될 것임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