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욕망과 탐욕은 인간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다룬 미술작품들을
통해 인문학의 관점에서 해설을 해주는 이 책은 그야말로 미술과 인문학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구성이었다. 그동안 나름 다양한 미술책들을 봤지만 대놓고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다룬
책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선 팜므 파탈의 치명적 유혹과 옴므 파탈의 마초적 유혹이 담겨져 있는
46가지의 파격적인 러브스토리를 통해 에로틱판타지 세계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끌림, 광기, 유혹, 동경, 관음, 애증, 탐닉, 복수, 근친, 치정, 도발까지 총 11가지의 욕망의 발현을
주제로 삼아 이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다룬 작품들을 차근차근 소개하는데 영광(?)의 첫 타자는 성경
속 원죄를 낳은 인물 이브였다. 아담과 이브,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아담에게 선악과를 따먹도록
이끄는 장면은 여러 작품들의 소재로 애용되어 친숙한 편인 반면, 다음으로 등장하는 릴리트는 유대
신화의 최초의 여자로 이브와는 달리 남자와 동시에 만들어졌고 흙이 조금 모자로 성기를 얼굴에
붙였다는 조금은 황당한 존재였다. 아담에게 동등한 대접을 요구하다 아담에게 순종하지 않은 죄로
벌을 받아 악마로 변해 추방당했다고 하니 그 당시엔 남자의 욕정을 도발하는 위험한 요부로 여겼지만
요즘 관점에선 여성 평등의 투사로 대접받을 것 같다. 릴리트의 딸 릴림도 엄마와 동급이었고 다음
주자인 헬레네와 칼립소가 유혹을 마무리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악녀로 불리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
하는데 요셉을 유혹했던 보디발 모티브나 처녀들의 피를 먹고 젊음을 유지했다는 에르제베트, 다윗
후손들의 씨를 말리고 여왕의 자리에 오른 아탈리아 등 초면인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광기편에 등장
하는 고대 로마의 루크레티아는 정절과 순결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고, 관음편의 숭고한 헌신의 아이콘
이라 할 수 있는 레이디 고다이버는 이 책의 전반적인 컨셉에는 좀 안 맞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미술작품의 대상이 여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부분은 여자였지만 사드 후작, 카사노바,
드라큘라의 화신 블라드 공작은 남자들을 대표(?)해 동경편을 장식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이나
작품들도 종종 등장해 반가웠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들이나 작품들도 적지 않았고
그들이 가진 사연들이 막장 드라마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구구절절한 얘기들이 많아 흥미로운 소설
책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특정 인물과 관련된 미술작품들을 생생한 컬러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어 좋았는데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인지라 누드화가 많아서 제목대로 욕망과 탐욕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