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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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왠지 수학의 친척뻘 되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데 경제학과 인문학의 콜라보 

라는 이 책의 컨셉은 과연 어떤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아낼지 궁금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여러 학문들의 통섭이 유행이 되었지만 경제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는데 누구나 

직접 피부로 접하지만 늘 어색했던 경제학이 인문학을 만나 어떻게 변신할지 기대가 되었다.


'돈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경제학적 통찰로 역사를 읽는다', '예술을 이해하는 데도 경제학은

유용한 도구다',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사회 변화는 경제적으로 움직인다'의 총 5장에 걸쳐 

경제학과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와의 만남을 주선하다. 제1장에서는 이미 여러 책을 통해 알게 된 

남북전쟁의 발발의 근본적인 원인이 노예 문제 때문이 아닌 남북의 경제구조의 차이라는 사실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명인 빌 게이츠가 윈도우 등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자유재'를 '경제재'로 바꿔 부자가 되었다는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지금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초창기엔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었는데 빌 게이츠가 

총대(?)를 메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문제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함을 주장해 

그의 경제학적 발상의 전환이 세계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오르게 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의 법칙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에 직업마다의 임금이나 가격 통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거나 영세중립국이라 세계 2차 대전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았던 스위스가 

사실은 당시 스위스프랑이 기축통화여서 안전을 보장받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역사와 관련해서도 경제학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순장이 생긴 이유에 대해서 왕이 자신이 죽으면

주변 사람들도 같이 죽도록 물귀신 작전을 써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했다는 위험회피 전략의 관점으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이해하기 어려운 시도는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가 로마도 자국의 

포로를 잊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소속감과 충성도를 높이는 인센티브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의 발단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을 비롯한 차에 대한 관세 문제가 미국인이 커피를 즐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나 은행의 기원이 귀중품을 보관하기에 안전했던 사원이라는 흥미로운 관점도 

만나볼 수 있었다. 예술과 관련해서도 처음 건축할 때는 반대가 심했던 파리의 상징물 에펠탑과 같은 

공공재는 무임승차의 문제를 야기했고, 퀸 열풍을 몰고 왔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최초의 뮤직비디오란

사실, 천재 음악가로 유명한 모짜르트가 프리메이슨에 가입하면서부터 그 당시 음악의 주요 수요자인 

귀족들을 만족시키는 음악을 하지 않아 생활고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었다는 점 등 이 책에서는 

경제학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시켜준 책이었는데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경제학이 세상을 훨씬 

다채롭게 볼 수 있는 눈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잘 가르쳐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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