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서재에서 인기 스타인 로쟈님의 책인 데다 그의 전공인 러시아 문학이 아닌 한국 현대문학을 

다룬 책이라 과연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고 어떤 평가를 하는지 궁금했다. 한국 현대문학은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작품들과 얼마 전에 읽었던 '한국단편소설 70' 같은 책을 통해 대략이나마 알고 

있지만 특별히 관심을 갖고 살펴보진 않아서 이 책을 통해 한국 현대문학사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10편을 선정하여 그 의미와 

가치를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성 작가로만 한정을 하였는데 1950년대 손창섭의 '비

오는 날'을 필두로 1960년대 최인훈의 '광장', 이병주의 '관부연락선', 김승옥의 '무진기행', 1970년대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80년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1990년대 이승우의 '생의 이면'으로 마무리 

한다. 읽어 본 작품이 '비오는 날', '광장', '무진기행', '삼포 가는 길' 밖에 없어 생각보다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제대로 읽지 않았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 저자의 선호도가 반영되다 

보니 조정래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한 작품인가를 상당히 

중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 현대문학이 제대로 된 장편소설을 갖지 못했다고 분석하면서 

역사소설들은 제외하는 경향이 있고 대부분의 작가들에 대해 더 나은 작품, 특히 장편을 충분히 쓸 

수 있었음에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을 가한다. 한 작가의 한 작품만 다루는 게 아니라 그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비평하는데 1950년대 대표인 손창섭은 '비 오는 날'은 물론 '신의 희작', '잉여 인간'

등을 언급하며 한국전쟁의 폐허가 낳은 '너절한 인간'들의 한계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비평은 이어지는 작가와 작품들에도 계속되는데, 최인훈의 '광장'을 통해선 남한과 북한 체제 

모두를 거부하는 '회색인간'의 의미와 한계를,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통해선 순수에서 세속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포착한 현대인의 증상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작품들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이병주의 '관부연락선'이나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이승우의 '생의 이면'은 이 책을 통해 작가나 작품을 처음 알게 되어 한국 현대문학에 

대해 정말 내가 무관심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황석영이 '장길산'을 쓸 게 아니라 노동현실을 그린 

장편을 썼어야 한다거나,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소설로 볼 수 있다는 점,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본격적인 계급투쟁을 묘사하는 문학에 도달하지 못해 아쉽고,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은 10년 전에 나왔어야 할 교양소설이라는 등의 흥미로운 비판들을 접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너무 문학작품을 현실 비판적인 도구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암튼 이 책을 읽다 보니 한국 현대문학 작품들의 몰랐던 매력(?)들을 

발견하면서 언급된 여러 작품들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평론가의 

책을 읽으니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품들을 다시 음미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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