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생태학의 선구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과학수사 사례들이 담긴 자서전적 에세이

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CSI 등 과학수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 등이 대중들의 인기를 끌면서 이젠 왠만한 과학수사기법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식물학을 이용하는 건 여전히 낯설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라 할 수 있는 화분학을 범죄수사에 활용하여 사건들을 해결해 법의생태학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졌다는 퍼트리샤 윌트셔라는 인물의 자전적인 얘기를 담고 있는데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보통 범죄수사에 있어 범인이 남긴 흔적이 용의자를 특정하고 범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지문이나 DNA 등 범인 자신의 몸이 남긴 흔적은 물론 족흔(신발 자국) 등 극히 미미한 단서도 결국엔 

범인을 찾아가는 길고 먼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는데,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프랑스 

범죄학자이자 법의학자인 에드몽 로카르의 '로카르의 교환 법칙'은 절대 명제로 법의학 지식의 전당에 

영원히 새겨졌다고 말한다. 이렇게 범죄 현장에는 분명 범인이 남긴 흔적이 있지만 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찾아내 증거로 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선구적인 업적을 

남긴 법의생태학은 식물학, 화분학(꽃가루, 포자를 비롯해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하는 대상에 관한 

연구), 진균학(균류 연구), 세균학, 곤충학, 기생충학, 인간과 동물 및 식물 해부학, 토양과 침전물에 

관한 과학, 통계학 등 수많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라고는 할 수 

없었다. 저자가 직접 다루었던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어 법의생태학의 가치와 위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범인도 시체를 어디에 묻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에서 범인의 청바지, 운동화,

정원용 갈퀴, 차량 운전석 매트 등 범인이 시체를 옮길 때 입었던 옷이나 차 등에서 얻은 꽃가루 알갱이,

포자 등의 단서를 바탕으로 시체가 묻혀 있는 곳의 지형을 예측해서 시체를 찾아내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준다. 꽃가루와 양치류의 포자, 흙 속의 광물 입자가 제공하는 흔적 증거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는 게 놀라울 따름인데 저자가 범죄 수사에 협조하게 된 것도 정말 우연이면서도 이 분야의 발전에 

결정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중국 삼합회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살인사건에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다가 범죄 현장과 범인들의 차량 등에서 채취한 꽃가루 등 미세한 물질이 동일하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유죄 증거가 되었다니 정말 조그만 흔적도 허투루 넘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실제 처리한 사건들을 통해 꽃가루, 균류 등이 범죄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었는데 저자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과 더불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자서전적인 성격의 책이라 신변잡기적인 내용도 적지 않아

좀 더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과학수사 사례에 집중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생소했던 새로운 과학수사의 사례들을 접할 수 있어서 항상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유념해야 

함을(수사하는 쪽에서는 꽃가루, 균도 하나 놓치지 않아야 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