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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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상당한 지명도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임에도 끝없이 
계속 신간들이 소개되고 있어 가끔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설을 막 만들어내거나 고스트 라이터라도 
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1985년에 
'방과 후'로 데뷔한 후 해마다 2~3권씩은 출간했고 1997년에만 유일하게 출간작이 없었다고 하니
(그 전 해인 1996년에 무려 5권을 출간했다고 함) 내 생각이 무리도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의 책은 2007년 '용의자 X의 헌신'을 처음 만난 이후 2008년을 제외하곤 매년 최소 1권 이상씩은 
읽은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책은 신작은 아니고 예전에 출간되었던 책이 재출간된 것으로 1992년에 
처음 나왔다고 하니 그의 초기작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제목처럼 자동차 사고에 얽힌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과 전공자답게 기술적인 정교함을 미스터리에 가미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먼저 첫 작품인 '천사의 귀'에선 교통사고 피해자가 신호위반을 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사건이었는데 
피해자는 사망했고 동승자인 여동생은 시각장애인이라 상대방측의 일방적인 진술 외에는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여기서 여동생의 거의 소머즈급 놀라운 청각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데 
나중에 오싹한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다음으로 '중앙분리대'는 트럭기사가 죽은 사고의 원인을 
밝혀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교통사고를 유발하고도 뻔뻔하게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나오는 자에게 
자신을 내던져 똑같은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초보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얘기가, '건너가세요'에서는 무단주차가 불러온 참극에 대한 처절한 
복수가, '버리지 말아 줘'에선 무심코 창 밖으로 던진 쓰레기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옭아매는 
사연이 등장하는데, 마지막으로 '거울 속에서'는 제목처럼 반대로 되어 있는 차량 운전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역시 히가시고 게이고 작품답게 교통사고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유형의 
소재들을 잘 버무려내어 초창기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었는데 다만 아쉬운 점은 
단편이라 그런지 좀 마무리가 개운하지 않고 뒷맛이 남았다는 점이다. 암튼 예전에 나왔을 때에는 
다른 유명 작품들에 비해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재발간되면서 히가시노 게이고 
초기의 색다른 주제들을 풋풋한(?) 매력으로 담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자동차와 
얽힌 사건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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