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6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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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을 통해서는 결코 예술 작품에 가까이 갈 수가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비평을 하더라도 다소의 오해는 생기게 마련입니다.
모든 사물은 우리들이 믿고 싶은 것 이상으로 이해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건은 말로는 나타낼 수 없는 영역 속에서 일어나며,
무엇보다도 예술작품은 비판의 대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생명과도 달리 영원하고 신비로운 것입니다.-12쪽

창조하는 자에게는 가난이 없으며,
그냥 지나쳐 버려도 좋을 하찮은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 당신이 감옥에 갇혀서 바깥 세상의 소리조차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는 경우라도,
당신에게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 귀중하고도 풍요한
추억의 보물창고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십시오.
지나가 버린 아득한 과거의 가라앉은 감동을 다시 캐내 보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개성은 더욱 굳어지고 고독은 넓어져서
어둠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15쪽

창조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하며,
모든 것을 자기 자신 속에서나 그 자신과 하나가 된 자연 속에서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16쪽

당신 자신의 판단으로 독자적이고 조용하며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도록 놔두십시오.
그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채찍질로 강요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안에서 잉태돠었다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모든 인상과 감정의 싹이 자신의 마음속이나 어둠 속, 무의식 속
그리고 이성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도록 하고,
겸허한 마음과 끈기로 분명함이 새로이 태어날 시기를 기다리도록 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예술적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예술을 이해하거나 직접 창작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23쪽

진정한 운명이란, 비록 일시적인 슬픔보다는 훨씬 괴로운 것이긴 하지만
보다 위대한 것에 도달할 기회와 영원으로 가는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25쪽

모든 것은 살면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그 문제 속에서 살아 보십시오.
당신은 먼 장래의 어느 순간에 그 대답 속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행복하고 순수한 삶을 만들어 나갈 가능성을 가지고
그곳으로 스스로를 이끌어 가십시오.-28쪽

저절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우연의 밑바닥에도 법칙은 눈을 뜨고 있습니다.-31쪽

당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 위에 놓으십시오.
당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야말로
당신이 혼신의 애정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39쪽

사랑한다는 것 또한 좋은 일입니다. 사랑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들에게 부과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궁극적인 마지막 시련이고 시험이며 과제입니다.-45쪽

사랑은 오랜 세월을 두고 인생의 내부까지 깊이 파고드는 고독입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승화되고 심화된 홀로 됨입니다.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 가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끌어 가는 용기입니다.-46쪽

슬픔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이 들어오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52쪽

슬플 때는 고독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슬픔을 느끼는 사람은 조용하고 참을성이 있을수록 새로운 것을
보다 깊고 올바른 길로 맞아들입니다.-53쪽

"위안을 받을 자에게 저주가 있을지어다"와 비슷한 말을
용감한 마리 레누르(프랑스의 여류 작가)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위로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의 한 형태이며,
그 깊은 곳에는 경솔감과 무의미함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란 것조차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겉으로 말하듯이 시간은 절대로 위로를 해주지 않습니다.
시간은 기껏해야 정리를 해줄 뿐이며 질서를 줄 뿐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절하고 있는 질서라는 것은,
우리들이 뒷날에 가서는 너무나 소홀히 대할 부드러운 질서가
우리들을 슬프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들을 망각이나 심약함으로 이끌어 갑니다.-170-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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